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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손흥민 父 손웅정 씨, 경기 앞둔 아들에게 "초심 지켜 행복한 경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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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그 자체가 흥민의 삶"

무득점 우려에 대해서는 "흥민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경기하는게 가장 중요"

"반복 만한 스승은 없다. 습관은 나중에는 강철줄보다 더 튼튼하다" 등 운동 노하우 전해

노컷뉴스

손웅정 감독이 23일 가평군 청평도서관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사회자와 대화하고 있다. 동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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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 훗스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61·축구아카데미 감독)가 경기를 앞둔 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손 감독은 23일 경기도 가평군 '음악역1939 뮤직홀'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아들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욕심 부리지 말고 경기에 임하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마음을 비우고 몸에 힘을 뺀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한 경기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어떤 상황에서도 축구를 처음 할 때처럼 초심을 지키라'는 얘기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행복한 경기를 하는 게 부모로서 가장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손흥민의 무득점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는 "몇 경기 골을 못 넣고 있는데 나는 곱하기 2를 한다. 예를 들어 8경기 무득점이라고 한다면 16경기, 32경기 골을 못 넣으면 어떠냐. 흥민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경기하는 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그 자체가 흥민이의 삶"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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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가평읍에 위치한 '음악역1939'에 부착된 손웅정 감독의 초청강연 포스터. 동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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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주제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은 가평군 청평도서관이 주최, 150여 명의 스포츠 꿈나무, 학부모, 교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손 감독은 아들을 지도한 경험 등을 토대로 운동과 관련한 여러 노하우를 제시하기도 했다.

손 감독은 특히 오랜 기간 반복을 통한 습관 형성과 기본기를 강조했다. 그는 "반복 만한 스승은 없다. 습관은 처음에 만들 때는 거미줄 같지만 자동화 시스템이 될 정도가 되면 강철줄보다 더 튼튼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식이 출중한 것 역시 오랜 시간 배움을 갈고 닦은 것이고 남이 흉내낼 수 없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핵심은 오랜 시간의 반복"이라며 "강자가 되려면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배움이라는 마차를 가지고 공부하고 변화하고 창조해야 한다. 상대를 약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 내가 강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인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감독은 손 선수가 기본기에만 9년을 투자한 경험을 전제로 반복의 중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불 꺼진 공간에서도 숟가락이 입으로 가는 것은 반복의 힘이다. 기본기를 9년 하는 것은 당연한 기간이다. 뇌에서 가장 먼 발로 공을 차게 된다. 발이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300번 훈련하면 흉내낸다고, 3000번 훈련하면 시합에서는 쓸 수 있다고, 3만번 연습하면 몸에 밴다고 한다. 뭐든지 반복해야 한다. 답을 주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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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청평도서관 주최로 열린 손웅정 초청 강연에서 관객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동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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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감독은 또 손흥민의 과거 훈련에 대해 회상하며 관련 견해를 밝혔다.

"흥민이 23살때까지 (내가) 시범을 보이고 훈련 처방을 내렸다. 볼을 던져주며 손톱 밑이 다 닳고 겨울에는 장갑이 2~3일 만에 닳아 펑크가 났다. 햇빛이 종이를 태우는 것은 초점이 맞았을 때다. 성공하고 싶다 하면 주파수를 성공에 맞춰야 한다. 성공의 주파수는 집중, 몰입이다. 운동에 집중, 몰입이 안 된 것에 대해서는 의붓아버지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을 만큼 혹독하게 했다."

혹독한 훈련에도 손흥민이 비뚤어지지 않고 아버지를 잘 따르게 자란 이유에 대해서는 "혼내는 상황이 지나가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줘야 한다. 혼내는 것과 사랑의 밀도를 조절하는 것은 부모 모두가 예민하게 고민해야 한다. 부모들의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강연에 참석한 부모들에게 "또래들보다 (운동이) 앞선다고 해서 경기를 하는 곳으로 가서 자식을 뽐내려 하면 안 된다. 기본기 하는 시간을 인내하고 견뎌야 한다. 튼튼한 나무를 갖기 위해 그 기본인 뿌리 작업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본기가 안 된 상태에서 경기에 혹사, 성장이 방해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식을 소유품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내가 동그라미라서 동그랗게 되라고 하지 마라. 자식은 또 다른 인격체다. (자식은) 내 곁에 머물다 떠날 귀한 손님으로 생각하면 정확하다. 내가 동그라미이지만 내 자식이 삼각형이 되겠다면 멋지고 아름다운 삼각형이 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게 부모"라고 피력했다.

손 감독은 이외에도 "수없이 훈련하는 지금의 시간은 지나가면 두 번 다시 안 온다", "세상의 약속 중에 가장 중요하고 강한 약속은 자신과의 약속이다.", "오전 1시간과 오후 1시간은 밀도 차이가 있다. 오전에는 생산자, 오후에는 관리자가 돼라.",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워라. 자유라는 연료가 탔을 때 창의력이 나온다." 등 경험에서 우러나온 여러 조언을 통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그는 지난 20일 손흥민과 함께 귀국,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특유의 투박한 말투로 1시간 30분 동안 강연을 이어갔다. 관객들은 수 차례 박수로 열강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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