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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부산 달맞이고개서 발견됐던 '소백산 여우'‥강원 정선서 폐사체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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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붉은여우 SKM-2121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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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에 풀어놓은 뒤 지난해 부산에서 발견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여우가 소백산으로 돌아가던 도중 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이 여우(개체고유번호 SKM-2121)는 지난 2021년 3월에 국립공원공단 종복원사업으로 소백산에서 태어난 수컷 여우입니다.

그해 12월 소백산에 방사된 뒤 강원 영월, 충북 충주 등에서 활동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 5월에는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에서 목격되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여우가 방사된 소백산에서 달맞이고개까지의 거리는 약 4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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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여우 폐사 개체 이동경로 [출처: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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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에 달린 위치발신기의 배터리가 지난해 12월 소진되면서 더 이상 위치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국립공원공단은 이후 추적 활동을 벌여왔고, 지난 7일 부산 달맞이고개에서 323km 떨어진 강원도 정선군의 한 하천변에서 인근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습니다.

엄청난 이동거리를 자랑하던 여우는 왜 사망에 이르렀을까요.

부검 결과, 폐부종 등 호흡기의 문제로 자연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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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12년부터 소백산에서 토종 여우 복원사업을 벌여왔습니다.

한때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던 여우는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죠.

1960년대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으로 여우의 주요 먹이인 쥐가 거의 사라지면서 개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인데요.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에 따르면 복원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여우 181마리를 방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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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우들이 적절한 서식지를 찾아 적응하기에는 이미 야생에도 인간의 손길이 너무 많이 뻗쳐 있습니다.

여우 복원사업이 추진된 지난 11년간 숨진 여우는 90마리.

이중 54마리는 인간의 손에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밀렵꾼들이 놓은 올무에 꼼짝없이 걸리거나 농약 중독으로 폐사한 건데요.

자연사한 건 36마리인데 그중 14마리는 원인미상의 죽음이란 점에서, 야생에서 여우의 가장 큰 천적은 인간인 셈입니다.

복원이 시도되고 있는 다른 야생동물들도 많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러시아 등에서 들여오면서 복원사업이 시작된 반달가슴곰도 그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전남 광양 백운산 지역에서 활동하던 반달가슴곰(개체고유번호 KM-55)은 2018년 6월 울무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죠.

환경부는 지난 201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계획을 내놓으면서 멸종위기종의 개체 증식 위주에서 벗어나 서식지 개선 대책을 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야생동물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으려면 우선 충분한 서식지 확보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부터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야생동물 복원사업은 인간의 욕심을 애써 가려보려는 위선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류현준 기자(cookiedou@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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