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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보석 같은 주식은 경기 침체기에 드러나 M&A 가치 높은 기업 파고들어가면 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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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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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인수·합병(M&A)의 최대 기회이고, M&A를 당하는 회사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올해 우리 경기가 하강 국면을 이어가고, 해외에서 불어닥친 '금융위기' 불안감으로 시장이 연일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회사는 현재의 기업가치보다 미래의 성장성을 인정받으며 M&A 시장에서 높은 값에 팔리고 있고, 여기에 투자한 이들은 반사이익을 얻는다.

당장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분을 늘리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초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늘렸다. 이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해당 상장사 주가는 올 들어 3배 넘게 뛰었다.

경기 침체와 금융 시스템 붕괴라는 국내외 악재는 이런 위기를 적극 활용하는 상장사에 미래 성장 동력이 된다. 또 그 기업에 선택당한 회사의 투자자에게는 막대한 이득을 안겨준다. M&A당할 가능성이 높은 '알토란' 같은 회사에 미리 투자하는 선견지명이 있다면 투자 환경 악화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선택하기까지 과정은 개인투자자가 중장기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작년 4분기 경기 침체로 가전제품과 반도체의 재고가 쌓이면서 삼성전자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반도체를 포함한 디바이스솔루션(DS)사업부 영업이익이 고작 27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외곽에 있던 사업부 한 곳이 370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2016년 삼성전자가 M&A한 미국 오디오 회사 하만의 실적이 반도체를 뛰어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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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란 공포에 삼성전자는 하만과 같은 M&A '보험'이 필요했다. 이는 지난 1월 3일 뜬금없는 공시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590억원을 투자해 로봇 플랫폼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0%를 확보했다. 3월 들어 이 지분율을 15%까지 늘린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인간형 로봇인 '휴보(Hubo)'를 개발한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명예교수가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특출난 인재와 기술력, 흑자전환하는 재무제표도 삼성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13억원, 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 로봇 회사는 지난해 1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M&A 등 투자 대상으로 볼 때 기준이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2021년 -5억원에서 2022년 20억원으로 바뀌었다. EBITDA는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 상각비 등을 빼기 전 이익이다. 기업이 실제로 버는 돈의 흐름을 의미해 주식 시장보다는 M&A 시장에서 삼성전자 같은 '큰손'이 투자 대상을 찾을 때 쓰는 지표다.

지난 21일 레인보우로보틱스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에 육박하지만 작년 말에는 655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EBITDA 대비 같은 해 말 시총은 328배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이 로봇 회사의 현재 실적보다 높은 값에 지분을 사줬다는 뜻이다. 고평가 논란에도 삼성전자가 이 회사를 높이 평가한 것은 적자 와중(2020·2021년)에도 매출총이익률이 모두 50%를 넘었기 때문이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수치다. 적자 기업이더라도 원가 경쟁력을 갖추면 매출총이익률이 높게 나오며 결국 흑자 전환으로 이어진다.

'제2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어디서 나올까. 일단 기존에 삼성전자가 투자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개별 재무제표 '타 법인 출자 현황'을 보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상장사 12곳의 이름과 지분율이 함께 표시돼 있다. 삼성전자가 지분을 투자한 기업들이다. 이는 작년 말 기준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 급등과 함께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단지를 만든다는 청사진에 이들 소부장 주가도 덩달아 오름세다.

반도체 장비업체이자 삼성전자가 지분 11.7%를 갖고 있는 와이아이케이는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주가가 51%나 급등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15%)가 새로 편입되기 전에는 지분율 1위였다. 이 밖에 에프에스티(지분율 7%), 뉴파워프라즈마(4.9), 에스앤에스텍(8%), 원익IPS(3.8%) 등도 반도체 관련 투자 기대감에 주가가 올 들어 30% 이상 뛰었다.

이 중 원익IPS는 삼성전자가 투자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현재 지분율은 4%도 안 된다.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생산 축소)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원익IPS 매출은 중장기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2022년 9월까지 누적으로 삼성전자를 통해 번 매출은 3485억원이다. 전체 원익IPS 매출 중 50.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6월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제품 생산을 위한 신규 공정에서 원익IPS 설비를 활용했다. 특히 정부가 반도체 대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여주기로 한 것도 원익IPS 같은 소부장 기업에는 호재다.

이 회사의 매출총이익률은 2021년 38.3%에서 2022년 41.1%로 되레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45.8%에서 40.2%로 하락해 재무 안정성이 더해졌다. 삼성전자의 매출총이익률은 작년 기준 37.1%였다. 이익률이 삼성보다 높으면서 부채비율이 작고 시총이 EBITDA 대비 낮아 저평가된 곳은 언제든지 '큰손'의 M&A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기준에서 넥스틴은 국내 정보기술(IT)주의 대표 주자다. 넥스틴은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정 검사 장비를 만든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개발 경쟁에서 넥스틴은 조용히 수혜를 보고 있다. 중화권 수출 호황에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1년 대비 각각 2배 이상 급증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67.7%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3년 동안 10~20%대로 매우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고금리 상황에서 강하다. 지난 20일 기준 시총은 5855억원으로, 올해 추정 EBITDA(766억원) 대비 7.6배 수준이다.

또 다른 로봇기업 고영 역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3차원(3D) 반도체 검사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위 기업이며, 테슬라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전기자동차 확산과 무인화 바람에 따라 고영의 실적도 크게 오르고 있다. 2020년 이후 3년간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꾸준히 10%를 넘었다. 창업주 고광일 대표가 기술 개발과 영업·홍보 등에 열정적인 것도 주가에 호재다. 올 들어 27.5% 상승했다. 고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와 제어계측공학과 석사, 미국 피츠버그대 로봇틱스 박사를 거쳤다. LG전자 기술원, 미래산업 연구소장을 지낸 후 40대 중반에 고영을 창업한 국내 대표 로봇공학자다. 고 대표가 만든 고영 검사 장비는 경쟁사 대비 20%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084억원, 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 1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총이익률은 최근 3년 연속 60%를 넘었다. 최근엔 고부가가치 의료장비 사업에 진출해 이익률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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