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양극재 핵심 ‘전구체’, 中 의존도 낮추려는 배터리 업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K온이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새만금에 전기차 30만대 분량인 5만톤(t) 규모(연산)의 배터리 전구체 생산 시설을 건설한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심장’으로 분리는 양극재 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데, 중국 수입 물량이 90%가 넘어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SK온은 24일 국내 최대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 글로벌 전구체 기업인 거린메이(GEM) 등과 전북 군산시 라마다호텔에서 1조 2100억원 규모의 새만금 전구체 생산 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투자 금액은 외국인 직접 투자액이 5929억원에 달한다.

조선비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구체 中 의존율 94%… 자원 무기화 땐 속수무책

3사는 협약에 따라 합작사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지이엠코리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지이엠코리아는 2024년 말까지 새만금산업단지 내에 연간 생산량 5만 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지이엠코리아는 전구체 생산능력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으로 1000명 이상을 채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니켈·코발트·망간 등의 원료를 섞은 화합물로 양극재의 중간재 성격이다. 전구체 5만 톤은 전기차 1대당 105㎾h 배터리를 탑재했을 때, 30만여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조선비즈

GEM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주) 새만금 국가산단 투자협약식이 24일 전북 군산 라마다 호텔에서 개최됐다. (왼쪽부터) 강임준 군산시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지앙미아오 지이에코리아 대표,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조현찬 새만금산업단지 단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장 건립에 따라 전구체를 내재화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업체는 배터리 공급망에서 가장 상단인 배터리셀 제조와 양극재 생산 기술 분야에서 세계 1위 수준이다.

하지만 소재와 광물 분야는 수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배터리셀, 양극재를 잘 만들어도 소재와 광물을 수급하지 못하면 산업이 존폐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국내에서 요소수 부족으로 ‘디젤차 대란’이 벌어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는 중국산 비중이 90%를 넘는다.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전구체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95.3%에 달했다. 2020년 90.6%에서 2021년 93.7%로 올랐고 지난해는 1.6%포인트(p) 추가 상승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를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미국(15.4%), 미얀마(9.3%), 호주(7.9%) 순이다. 미국은 희토류 최대 수요국이기도 하다. 한국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도 70% 이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수출을 규제하는 식으로 자원을 무기로 쓸 수 있다”며 “배터리 생태계가 구축되는 단계에서 필수 요소에 대한 국산화가 필요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2차 전지 밸류체인 /포스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韓 생산 전구체로 美 IRA 대응

새만금공장 전구체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별도의 3사 합작법인에서 생산하는 니켈 중간재(MHP)를 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3사는 지난해 11월 니켈 중간재 생산 법인 설립 협약을 체결해 내년 3분기부터 약 3만 톤에 해당하는 MHP를 양산하기로 했다.

새만금 공장에서 생산한 전구체로 만들어진 양극재는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유럽 배터리 생산공장에 공급된다. SK온 등 3사는 국내에서 전구체를 조달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생산한 리튬·흑연 등 배터리 핵심 원료를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기준은 1년마다 10%p씩 비율이 상승해 오는 2027년에는 80%까지 확대·적용된다.

조선비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8일(현지 시각) 위스콘신주 디포레스트 소재 북미 노동자연맹(LIUNA) 훈련센터에서 경제 상황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입법으로 창출된 제조업 일자리 등에 관해 언급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화학도 전구체 내재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화학과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는 합작사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하고 2024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울산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두 회사는 당초 2만t으로 계획했던 이 공장의 생산 규모를 5만t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의 2027년 전구체 자급률은 각각 12%, 31%로 낮은 수준이다. 이 밖에 양극재의 전구체 내재화율은 ▲에코프로비엠 31% ▲포스코퓨처엠(포스코케미칼) 22% ▲엘앤에프 10%로 추정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에 7조 2000억원을 들여 신규 원통형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도 IRA 대응에 일환이다. 총 생산능력 43GWh로 북미 지역에 있는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 중 사상 최대 규모다. IRA에 따라,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북미 지역에 공급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새만금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구체는 IRA에 적용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SK온 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구체 내재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