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수도권 주택만 관심”…지방 건설사 ‘줄폐업’ 규제 완화 탓?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해 폐업 건설사 60% 지방업체
원자잿값 올라 수익성 악화
미분양 대부분 지방 물량


매일경제

지방광역시의 주택밀집 지역 모습. 뿌연 미세먼지 처럼 시장 침체에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건설사들은 현재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장 침체에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건설사의 줄폐업 위기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되레 지방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문을 닫는 지방 중소형 건설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폐업 신고한 종합·전문건설업체는 848곳에 달한다. 일평균 10곳 이상이 문을 닫는 셈이다.

특히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을 제외한 지방 업체는 510곳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폐업 신고한 지방 건설사는 2021년 334곳, 2022년 404곳이었다.

지방 건설사의 폐업 증가 원인으로는 자금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지목된다. 잇단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건설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사업 수익성 악화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중심의 대형·중견 건설사는 그나마 자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으로 버티고 있지만, 지방을 기반으로 한 중소 건설사의 경우 주택 분양에 사업 비중이 치중돼 폐업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1·3 대책’도 지방 건설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책을 통해 서울·수도권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지방 건설업계에서는 1·3 대책 이후 지방에서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은 커녕 청약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방에서 분양 사업을 영위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규제지역 해제, 전매 제한 및 무순위 청약 조건 완화 등으로 서울·수도권 지역으로의 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지방 수요가 많이 빠져나갔다”면서 “금융사도 수도권 사업장에만 관심가질 뿐 지방 시장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가구로 2012년 11월 이후 10년 2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전체의 85%에 육박하는 6만3102가구가 지방 물량이다. 정부가 미분양 위험수위 기준으로 삼는 6만2000가구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역별 양극화는 청약시장을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서울에서는 총 393가구 공급에 2만2401건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평균 57대 1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평균 경쟁률이 4.4대 1(1만1883가구 모집에 5만2530명 청약)에 그쳤다.

대구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건설부동산 경기가 최악인 적은 없었다”며 “진짜 심각한 곳은 지방 부동산 시장으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지방 중소건설사 17%는 한계기업
지방 중소 건설회사 중 17%가량이 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3월)’ 보고서를 보면 한은이 외부 회계감사대상 건설사 1613곳(대기업 307개·중소기업 1306개)의 재무위험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방 중소 건설사의 취약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전체 지방 중소 건설사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도 못 미치는 한계기업 비율은 2021년 12.3%에서 지난해 16.7%로 올라갔다. 서울·수도권 중소 건설사(13.4%), 대형 건설사(9.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방 중소 건설사 가운데 1년 뒤 부도날 확률이 5%를 넘는 부실위험 기업 비중도 2021년 11.4%에서 지난해 12.8%로 늘었다. 서울·수도권 지역 중소 건설사와 대형 건설사는 이 비율이 각각 11.1%, 5.5%에 그쳤다.

대형사 중심의 상장 건설사 사정도 썩 좋진 않다. 상장 건설사 72곳의 작년 1∼3분기 이자보상배율(연간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배수)이 3배로 2021년(6.5배)에 견줘 사실상 반 토막 났다. 이 배율이 1 미만인 취약기업 비율도 2021년 28.9%에서 지난해 3분기 말 36.1% 늘어났다.

특히 전체 상장 건설사의 약 44%(32곳)는 PF 사업 대출과 유동화 증권, 기타 부동산 관련 대출에 채무 보증을 섰다. 이런 채무 보증은 회사의 재무상태표에 나타나진 않지만, 대출자인 시행사가 빚을 갚지 못하면 보증을 선 건설사가 이를 대신 떠안아야 한다.

상장 건설사 3곳은 PF 채무보증액이 자기자본의 무려 200%를 초과했다. 8곳은 자기자본 대비 PF 채무보증액 비율이 100∼200%, 21곳은 100% 미만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상장 건설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양호한 수준 이지만, 우발채무 현실화시 일부 기업의 부실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면서 “재무제표상 재무비율로 평가한 부실위험이 이미 5%를 초과한 기업은 물론, PF 채무보증 제공 규모가 큰 건설기업과 이들이 시공·보증한 PF사업장에 대한 미시적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