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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양곡관리법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통과···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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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의원 모두 반대표 행사 “입법 폭력”

대통령실 “개정안 정부 이송 땐 숙고할 것”

경향신문

김진표 국회의장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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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온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양곡관리법 외에도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부의한 법안들이 쌓여 있어 거부권 정국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66인 중 찬성 169표, 반대 90표, 기권 7표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민주당에서는 강병원·이용우·서삼석·민홍철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고 대부분 찬성했다. 윤미향·양향자 무소속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기권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 안정을 위해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을 시장 격리(정부 매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수정 발의한 것이다. 법안은 시장 격리 요건을 초과 생산량 3%에서 3~5%로, 평년 가격 대비 5% 이상 하락에서 5~8% 이상 하락시로 규정했다. 개정안 시행 이후 벼 재배 면적이 증가할 경우 시장 격리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전년 대비 벼 재배 면적이 증가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부 매입 물량 감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본회의 제안 설명에서 “지난해 유례없는 쌀값 폭락의 원인은 현행법에 쌀 시장 격리 실시 기준이 법제화돼 있음에도 임의조항이라는 한계로 정부가 제때 시장에서 격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쌀농사가 흔들리면 농업인의 삶은 물론 대한민국의 식량 주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쌀 시장 격리 의무화가 전제가 된다면 쌀 공급 과잉 문제 해결에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결코 찬성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배 유인 증가로 쌀의 구조적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고 시장 기능을 저해하여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면서 “미래 농업 투자를 감소시켜서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악법”이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법안 통과 후 기자들과 만나 “자기들이 여당일 때는 농업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뻔히 알았기 때문에 통과시키지 않았던 것을 통과시켰다”며 “무책임한 입법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대통령께 거부권, 재의요구권을 강력하게 건의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벌써 거부권 행사를 운운하며 겁박하고 있다”면서 “정부·여당은 농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쌀값정상화법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쌀값 폭락과 천정부지로 오른 농자재비·인건비 탓에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가 커지는 굴레를 비로소 끊게 됐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 된 것은 법안 심사를 게을리하며 입법을 막아 온 국민의힘이 자초한 결과”라면서 “국회의장의 중재 노력과 야당의 양보에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무런 대안 없이 반대만 했다”고 비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시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넘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직후 “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무제한 수매는 결코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는 등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현 정부 들어 법률에 대한 ‘1호 거부권’ 행사가 된다. 2016년 5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를 가능케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약 7년 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의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에 대해 각각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헌법 53조에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이를 공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여야가 처리한 법률안을 공포하는 것에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이를 되돌려보낸 뒤 재의를 요구(거부권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가 다시 통과시키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한편 민주당이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한 법안 6건도 표결을 통해 법사위 의결을 건너뛴 채 본회의에 오르게 됐다. 지난달 9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의료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국민건강보험법·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및 간호법 제정안이다. 의료법 개정안은 모든 범죄에 대해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간호법은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의 근무환경·처우 개선에 대한 국가 책무를 담았다.

국민의힘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고 반박했다. 이종성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이제껏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무작정 힘으로 몰아붙인 입법들은 모두 최악의 결과만을 불러왔다”며 “민생 법안은 핑계에 불과하고 끊임없이 여야 간 정쟁을 유발하여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범죄 혐의로 향하는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탄 목적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보고됐다. 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법률안 15건도 의결됐다. 지방선거 등에서 격리자 투표 시간을 오후 8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로 명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성범죄자 취업 제한 기관을 확대하고 성범죄자인 간호조무사·의료기사의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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