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아프가니스탄 서부 도시 헤라트의 한 여학교의 수업 풍경. 헤라트/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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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여학생들의 중등학교 등교를 금지했다. 개학 직전까지만 해도 탈레반은 외부 시선을 의식하며 과거 통치 때와 달리 여성 교육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원칙은 명확한 설명도 없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부푼 마음으로 학교로 향한 소녀들은 교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탈레반의 ‘여성교육 금지’가 본격화된 지 1년, 국내외의 비난 여론 속에서 탈레반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탈레반 집권 후 여성들은 한국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교육 과정을 시작으로 이후 대학교육에서도 배제됐지만, 곳곳에서 비밀 학교가 생겨나는 한편 일부 지역에선 여학생들의 등교가 허용되기도 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밀 학교의 존재다. 여학생 등교가 금지되면서 아프간 곳곳에서 비밀 학교가 생겨났다. 지난달 수도 카불에서 비밀 학교가 발각돼 교사가 체포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비밀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된 21일 카불의 한 비밀 학교 앞에는 40명의 여학생이 수업 시작 전부터 줄을 섰다. 13살 얄다는 “공부를 해서 좋은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얄다가 다니는 비밀 학교는 들키지 않기 위해 모든 학년이 함께, 하루에 한시간 반만 수업을 진행한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일부 탈레반 대원들이 딸을 몰래 불법 학교에 보내는가 하면, 여성 친척들을 인접한 파키스탄 등에 유학 보내는 경우도 있다. 주요 탈레반 지도자들의 발언 분위기도 달라졌다. 내무장관 시라주디 하카니는 “오늘날 우리는 우리의 국민에게 부드럽다”며 “독재자가 되고 국민이 고통받는 방식으로 통치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압둘 하킴 샤라이 법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내각은 여성교육 금지에 반대하고 점진적인 교육 체계의 변화를 원한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공개적으로 드러난 의견 불일치는 드문 일”이라며 “내각 구성원들은 연설에서 여성교육 금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언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내내 아프간 북부 지역에서는 문을 닫지 않고 계속 학생들을 등교시킨 여학교도 있다. 다만 이 가운데 한 곳인 쿤두즈에서는 지난해 열려 있던 여학교가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한편 유니세프는 아프간의 새 학기를 맞이해 10대 소녀들이 교실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을 다시금 촉구했다. 유니세프는 “(탈레반이) 소녀들이 중등학교에 갈 수 없게 했다는 사실이 다시금 매우 실망스럽다”며 “부당하고 근시안적인 결정은 100만명이 넘는 소녀들의 희망과 꿈을 부쉈다”고 21일 밝혔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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