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도 못 잡았는데...12년 생기부 봐도 모를 학폭리스크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학창 시절의 생활기록부를 모두 들여다 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최선의 노력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예방책은 아니다. 연예계 출연자 검증의 리스크가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지난 21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 측은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일반인 출연자들의 논란 여부 검증과 관련해 "죄송하지만 출연자들의 초, 중, 고 생활기록부를 받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에 동의하는 분들만 출연한다"라고 밝혔다. '하트시그널', '강철부대' 등 채널A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반인 출연자들의 철저한 검증 방침을 강조한 것이다.

입사 면접도 아니고 방송 프로그램 출연에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 일체를 검증한다니 자칫 과한 듯 보이지만 최근 방송가의 추세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MBN 예능 '불타는 트롯맨'에서도 유력 우승 후보였던 황영웅이 과거 학교 폭력과 상해 전과가 사실로 드러나 결승전 1회 방송만 남기고도 하차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는 학교 폭력 복수극을 그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연출한 안길호 감독이 필리핀 유학 시절 집단 폭행 주동자이자 가해자였던 점이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오디션, 미팅 과정에서 나름의 필터링을 거친 출연자와 제작진의 과거 논란이 이럴 진대. 일면식도 없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리스크를 사전 검증하기 위해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확인하겠다는 제작진의 기조를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다만 생활기록부 12년치를 들여다 본다 한들 당사자가 감추는 진실을 알 방법은 없다. 특히 현행법상 학교 폭력에 관한 내용은 졸업 후 2년 만 지나도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는다. 학교 폭력에 연루된 조치들은 가장 센 퇴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졸업 후 2년이 지나면 시간에 따라 자동적으로 혹은 심사를 거쳐서라도 소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 폭력에 연루됐더라도, 22세만 지나면 생활기록부 등의 서류상으로는 관련 사실을 알 수 없는 셈이다.

그나마 전과 여부의 경우 범죄경력회보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과거엔 미처 신경도 쓰지 못했던 출연자들의 전과 여부를 이제는 당연히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작 과정에 한층 더 삼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출연자 리스크에 대해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제작 관계자들은 "완벽한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작정하고 속이거나 감추면 어떻게 알겠나"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예능 제작 관계자는 OSEN에 "방송국은 사법기관이 아니다. 최근 추세로 인해 생활기록부가 됐든, 범죄기록정보가 됐든 비교적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없어지진 않는다. 물론 그럼에도 공식적인 절차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 뿐이기에 확인을 하고는 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정보들, 특히 사생활을 거짓말로 둘러대거나 감추려고 하면 확인할 수 없다"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영화, 드라마의 경우 출연자 문제로 피해를 입을 경우 금전적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 제작사 관계자는 "'만에 하나'를 상정하고 배상 관련 조항을 하는 것이지 손해를 입을 일은 애초에 없는 게 제일 좋다. 출연자에게나 제작자에게나 손해가 발생하는 순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후임자 캐스팅, 편집, 재촬영에도 한계가 있고 출연자 리스크로 아예 작품이 엎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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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채널A, MBN 제공,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