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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미국 시사주간지 "한국 저출산 근본 원인은 '젠더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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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혼인율 하락을 겪으며 저출산의 늪에 빠진 근본 원인이 '젠더 갈등'일 수 있다는 한 외신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시사주간 '디 애틀랜틱'에 실린 "한국인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진짜 이유"라는 칼럼에서 언론인 애나 루이즈 서스만은 "한국에서는 인종이나 나이, 이민 상태보다 성별이 가장 날카로운 사회적 단층"이라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그는 주로 주거비와 양육비용, 육아 문제 등이 결혼·출산의 장애물로 꼽힌다면서도 "이는 더 기본적 역학관계인 여성과 남성 사이 관계 악화, 즉 한국 언론이 '젠더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을 간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스만은 먼저 출산율 급락 현상이 한국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국가주도 경제성장과 1987년 민주화 등이 이어지며 많은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사회적 성 역할 변화가 지체되면서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분노가 쌓였다는 것입니다.

조경 분야에 종사하는 49살 조모씨는 "여성들에게 주어진 파이의 비율은 아주 낮았고 조금씩 이를 늘려가고 있지만 아직 남성보다는 적다"고 말했습니다.

또 서스만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거론하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한국의 많은 젊은 여성이 분노하고 겁에 질렸다"며 "실제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면 여성의 62%가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온라인 등으로 페미니즘을 접한 후에야 가부장제 및 성차별 피해를 표현하게 된다"며 "이때 각성이나 급진화의 순간을 겪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여성 수만 명이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 이른바 '4비'를 추구하며 독신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동시에 남성도 노동시장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분노를 키워가고 있다고 서스만은 짚었습니다.

그는 "한국 실업률은 4% 미만이지만, 20대 실업률은 상당히 높다"며 "남자는 자신들이 의무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노동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여성이 유리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남성 분노의 물결 속에 선출됐다"며 "그는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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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 웹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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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베스트 웹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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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와 '메갈리아' '워마드'로 대표되는 온라인상 젠더 대립 양상으로 표출됐습니다.

서스만은 "전세계적으로 남자들은 인터넷에서 시끄럽다"며 "일베는 노골적인 안티페미니즘으로 유명한 웹사이트로, 대안 우파나 '남초 커뮤니티'의 요소를 갖췄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일베 회원들은 한국 여성을 '김치녀'로 묘사하고, 허영심 많고 영악하고 물질주의적으로 정형화한다"며 "이들이 공유하는 '역차별'에 대한 밈과 불만에 대해 한 한국 작가는 '편집증적 여성혐오'라고 표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여성들도 반격에 나섰는데, 서스만은 "일부가 메갈리아 웹사이트를 만들어 동일한 수사적 장치와 혐오적 표현을 남성 공격에 사용하는 '미러링' 기술을 터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성차별 속에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100만 부 이상 팔렸고 2018년 성폭력 폭로 운동인 '미투'가 촉발된 이후 구글에서 '페미니즘' 검색이 늘었다고 서스만은 덧붙였습니다.

다만 그는 "메갈리아 등을 통한 방법이 남성을 계몽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미 화나 있는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더러운 단어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며 부작용을 짚기도 했습니다.

신정연 기자(hotpe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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