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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서 멸종위기 1급 ‘붉은박쥐’ 발견…연이은 멸종위기종 발견에 추가 조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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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충북 진천군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붉은박쥐의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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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에서 멸종위기종인 붉은박쥐가 발견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붉은박쥐의 서식 여부가 포함돼 있지 않아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국립생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9월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산1번지 인근에서 실시한 생태·자연도 등급 재평가를 위한 2차 현지 조사 과정에서 붉은박쥐를 발견했다.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지정된 붉은박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 ‘관심’ 대상이다. 붉은박쥐는 이른바 ‘황금박쥐’로도 불리며 멸종위기야생동물 Ⅰ급으로 지정돼 있다. 현재 충청·전라·경북·제주에 약 50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영양군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현지조사는 풍력발전단지 사업자인 AWP의 요청으로 진행됐다. AWP는 ‘이 일대가 식생 보전가치가 미흡하고,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4월 영양군에 생태·자연도 등급 수정과 보완신청을 했다. 식생 등급을 낮춰 풍력발전단지 사업 추진을 쉽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AWP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8월 국립생태원의 1차 현지 조사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삵과 하늘다람쥐가 발견됐다. 이후 2차 조사에서 붉은박쥐의 서식도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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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석보면 맹동산 일대에 설치된 풍력발전소의 2015년 모습.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대상지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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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박쥐 서식에 가장 큰 위협요인은 산림 및 동굴 훼손이다. 국립생태원은 최근 산림개발과 도로 건설로 인한 자연 동굴과 폐광 파괴, 입구 폐쇄 등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캘거리대학이 진행한 연구에서 풍력발전기 회전날개 인근에는 높은 음압이 발생하는데, 이 압력차를 모르고 접근하는 박쥐의 폐가 터져 죽는 등 풍력발전기가 박쥐 서식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붉은박쥐가 처음 발견된 만큼 서식 환경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공동조사단의 현지 조사에서 자세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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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P풍력 예정지인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인근 마을 입구에 세워진 수리부엉이 입간판(위)과 지역 주민들이 무인카메라로 찍은 산양의 모습. 주민 박용훈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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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에서 조건부 동의로…붉은박쥐 발견에 추가조사 불가피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은 2017년 대구지방환경청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무산됐다.

당시 대구환경청은 ‘사업 대상지가 생태적 연결성이 뛰어난 낙동정맥과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인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인 점’, ‘인근에 이미 풍력발전단지가 위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환경적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AWP는 지난해 3월 발전기를 기존 27기에서 18기로 줄여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다시 접수했고, 지난해 7월에는 15기로 사업 규모를 더 축소한 본안을 제출했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AWP가 다시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본안이 모두 “임도 훼손 규모가 크고 이에 따른 생물 종 서식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이 유발됨을 고려할 때, ‘최소화’의 정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해 ‘사업 불가’ 의견을 냈다.

이후 환경부는 KEI의 평가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해 지난해 9월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2017년에 비해 2022년 사업 규모가 42% 축소됐고,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의 훼손 지역도 41% 줄었다는 것이 이유다.

당시 이 의원은 “규모 축소 이외에 주요한 변화가 없는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조건부 동의를 한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위법행위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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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대상지 인근 주민들이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 이은주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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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작성 의혹…4월 공동조사단 현장 조사


현재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은 실시계획 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은주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AWP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부실 작성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환경부는 공동조사단을 꾸려 다음달 현장 조사를 하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은 사업 예정지 18곳에서 산양을 촬영하고 101개 지점에서 산양의 배설물·뿔질 흔적을 발견했다. AWP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산양 흔적을 두 곳에서 촬영했고, 남쪽 사업부지 예정지에서 산양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조사단이 거짓·부실 작성된 정황을 확인하면 환경부는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를 열고 진위에 따라 재평가 및 보완, 계속 진행 등 조치를 한다.

‘무분별한 풍력 저지 영양·영덕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환경부가 이전에는 부동의하거나 반려했던 설악산 케이블카나 제주 제2공항, AWP영양풍력사업 등을 조건부 동의하면서 이전에 부동의 했던 사유를 어떻게 해소했는지 제대로 밝히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후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훼손한 후에는 실제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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