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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을지문덕 살수대첩, 물 공격 없었다" 물의 비밀 폭로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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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 물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20일 전남 순천시 상사면에 있는 주암댐이 20일 오후 말라붙어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극심한 가뭄이 1년가량 이어지면서 광주·전남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은 이날 21.53%까지 내려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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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추워도 호수 전체가 얼지 않는 이유는'

'같은 나루터인데, 어떤 곳에는 진(津)을, 어떤 곳에는 포(浦)를 붙이는 까닭은'

'살수대첩·귀주대첩에서 물로 적을 공격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물과 관련해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에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웨일북)라는 책을 올해 초 낸 LH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의 최종수(55) 박사. 22일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을 앞두고 최 박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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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박사


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각국의 관심과 협력을 촉구하기 위해 유엔은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했다. 국내에서도 1995년부터 매년 정부 차원의 기념식을 연다.

1995년 LH 연구원에서 일하기 시작한 최 박사는 주로 도시의 물, 특히 상하수도 분야를 연구했다. 그를 만나서 물의 이모저모에 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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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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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물이 있나.

A : "지구 표면의 3분의 2는 물로 덮여있다. 외계인이 지구를 처음 보고 이름을 붙였다면 지구(地球)가 아닌 수구(水球)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의 양은 부피로 14억 ㎦인데, 톤(㎥)으로 환산하면 14 뒤에 0이 17개나 붙는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이용할 수 있는 하천과 호수의 물은 전체의 0.0086%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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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중인 최종수 박사.




Q : 대한민국은 물 부족 국가인가.

A : "유엔이 아닌 미국 사설연구소 '국제인구행동연구소'의 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물 사용 가능량이 1500㎥가량으로 '물 스트레스 국가'인 것은 맞다. 인구밀도가 높고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된 탓에 물이 넉넉하지 않다."

Q : 겨울에도 큰 호수는 전체가 얼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A : "찬 공기와 접한 호수 수면의 물은 온도가 낮아지고 밀도가 커져 아래로 내려간다. 아래에 있던 물은 위로 올라오는 식으로 순환한다. 물이 얼음이 될 때는 부피가 커지는(밀도가 낮아지는) 독특한 성질이 있어 얼음이 물속에 가라앉지 않는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져도 얼음의 보온 기능 덕분에 얼음 아래에 있는 물은 얼지 않는다. 그래서 물속 생물도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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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낙동강 본포취수장 앞에 발생한 짙은 녹조. [낙동강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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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터를 진(津)과 포(浦)로 구분하는 기준은.

A : "포는 나루터 중에서도 개 또는 갯벌이라는 뜻으로 조수가 드나드는 곳을 의미한다. 조수와 갯벌이 있는 서해안의 나루터는 포를 쓰고, 조수와 갯벌이 없는 동해안의 나루터에는 진을 주로 썼다. 한강의 나루터도 조수가 드나드는 곳까지는 마포·영등포·반포라고 하고 그 위로 조수가 드나들지 않는 곳은 광진·잠도진(지금의 잠실)이라고 불렀다."

Q : 책에서 살수대첩의 수공(水攻)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을지문덕의 살수대첩과 강감찬의 귀주대첩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서만 수공으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토목기술로도 수공을 할 정도로 단기간에 보를 쌓기가 어렵다. 순식간에 터뜨리기도 쉽지 않다. 비판적 고찰이 필요하다. 살수대첩에서 '살수(薩水)'라는 말에서 '살수(殺水)'를 연상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Q : 연구원에서는 어떤 일을 주로 하나.

"1인당 상수도 이용량, 하수도 배출량 등에 대해 주로 연구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상하수도 기본 계획을 작성할 때 추후 개발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 인구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자체들 전망을 다 더하면 2030년 우리나라 인구는 1억5000만 명이 될 것이란 얘기도 있다. 1인당 하루 물 사용량도 평균 280L인데, 지자체들은 300L, 400L로 부풀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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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박사




Q : 물 사용량을 부풀리면 무슨 문제가 있나.

A : "댐도 더 지어야 하고, 정수장도, 하수처리장 규모도 쓸데없이 커지게 돼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 하수처리장을 크게 지어놨는데, 정작 들어오는 물이 적으면 제대로 처리가 안 된다. 신도시 같은 경우 그런 일이 벌어진다. 빗물과 오수를 구분하지 않는 합류식 하수관이 설치된 기존 도시에서는 하수처리장에 맑은 물이 흘러들기도 한다. 관이 낡아 지하수나 하천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너무 맑아 일부 하수처리장에서는 분뇨를 섞어 처리하기도 한다."

Q : 요즘 호남지방 등에서는 가뭄도 심한데.

A : "가뭄으로 댐과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는데, 댐 하나에서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생활용수를 모두 직접 취수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해진다. 먼저 취수해 생활용수·공업용수로 사용한 다음 하수처리장에서 잘 처리해 그 처리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게 수량이나 수질 측면에서 안정적이다. 강 하류의 보(洑)에서 물을 다시 위로 끌어오는 것보다는 훨씬 바람직하다. 한강 팔당댐의 경우 광역상수도를 통해 안성이나 인천까지 물을 보낸다. 한 개의 상수원에 너무 많은 사람과 지역이 의존하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취약해질 수 있다. 물을 멀리 보내느라 에너지 소비도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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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예맨에서는 물 부족이 심각하다. 예멘 사나 외곽 지역에서 여성들이 물읕 받기 위해 모였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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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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