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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일본 ‘약속의 9회말’…오타니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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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본이 21일 멕시코와의 WBC 준결승에서 6-5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올라 미국을 상대로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지명타자로 출전해 9회 2루타를 때려낸 뒤 질주하는 일본 간판 스타 오타이 쇼헤이. [USA투데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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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대결’이 성사됐다.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동료 오타니 쇼헤이(29·일본)와 마이크 트라우트(32·미국)가 22일 WBC 결승전에서 격돌한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서 멕시코에 6-5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6전 전승을 거둔 일본은 2006년 1회, 2009년 2회 대회 이후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멕시코는 4회 초 2사 1·2루에서 루이스 유리아스가 일본 선발투수 사사키 로키를 상대로 선제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5·6회 만루 기회를 놓친 일본은 7회 말 요시다 마사타카가 3점 홈런을 때려내면서 3-3 동점을 만들었다.

멕시코는 8회 초 랜디 아로자레나와 알렉스 버두고의 연속 2루타로 균형을 깨뜨린 데 이어 아이작 파레데스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면서 5-3으로 달아났다. 일본은 8회 말 야마카와 호타카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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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마이크 트라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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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9회말. 오타니가 역전극의 발판을 만들었다. 9회 말 멕시코 투수 지오바니 가예고스의 공을 받아쳐 우중간 2루타를 날렸다. 오타니는 주루 도중 헬멧까지 벗어던지는 투지를 보였다. 일본 대표로 뛰고 있는 메이저리거 라스 눗바는 “오타니를 보고 더그아웃에 있는 모든 선수의 투지가 불타올랐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어진 찬스에서 요시다 마사타카의 볼넷과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무라카미는 지난 시즌 56홈런으로 오 사다하루(왕정치·54개)가 세운 일본인 타자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강타자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부진했다. 9회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타율은 1할대(21타수 4안타)였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감독은 무사 1·2루에서 무라카미에게 번트 대신 강공을 지시했고, 그는 2루타를 터뜨려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무라카미는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에 마지막 타석에 설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안타는 내가 쳤지만, 팀 전체가 거둔 승리”라고 말했다.

오타니는 “결승 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게임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9회에는 반드시 출루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무엇보다 2루까지 갔던 점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WBC에서도 ‘이도류’의 진수를 보여줬다. 투수로 2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타자로서는 타율 0.450(20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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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트라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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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결승에 진출하면서 메이저리그의 최고 타자 트라우트와 일본 야구의 희망 오타니가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 미국 대표팀 주장 트라우트는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 타자로 꼽힌다. 통산 타율 0.303, 350홈런을 기록 중이다. 아메리칸리그 MVP를 세차례(2014·16·19년) 받았고, 11년 동안 10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됐다.

메이저리거들은 시즌 전 열리는 WBC에 소극적이다. 트라우트도 2017년엔 WBC에 불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출전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선수들의 합류를 설득했다. 조용한 성격 때문에 ‘야구는 잘하지만 재미없는 선수’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다른 모습이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큰 소리로 응원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트라우트는 지난 16일 콜롬비아와 벌인 1라운드 최종전에서 홀로 3타점을 올려 미국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6경기에서 타율 0.318(22타수 7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 중이다. 트라우트가 앞장선 미국은 이번 대회 경기당 8.1득점을 올렸다.

트라우트의 몸값도 어마어마하다. 그는 2020년 LA 에인절스와 12년 동안 4억2650만 달러(약 5585억원)를 받는 조건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오타니 역시 최소 4억 달러(5239억원) 이상의 계약이 유력하다.

트라우트와 오타니가 투타 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오타니는 8강 이탈리아전을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일본이 결승에 진출함에 따라 에인절스의 허락을 받고 등판할 계획이다. 트라우트는 지난달 에인절스 스프링캠프에서 “오타니의 투구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오타니는 “최선을 다해 (등판을)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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