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인상을 찡그리는 김승기 캐롯 감독. 캐롯은 정규리그 5위로 선전 중이지만, 심각한 재정난으로 구단 안팎이 뒤숭숭하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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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파행 운영으로 물의를 빚은 프로농구 고양 캐롯 점퍼스(이하 캐롯)가 네이밍 스폰서십마저 잃었다. 플레이오프(PO) 출전을 앞두고 안정적인 자금줄을 놓쳐 구단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캐롯의 운영 주체인 데이원스포츠는 21일 “네이밍 스폰서십 업체인 캐롯손해보험과 상호 합의를 통해 스폰서십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면서 “구단을 인수할 새 주체를 찾아 협상 중이며, 조만간 새 모기업 명칭으로 변경을 준비 중이다. 캐롯과의 계약이 종료된 만큼 구단 명칭을 ‘고양 데이원 점퍼스’로 바꿔 남은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데이원스포츠의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프로농구(KBL) 규약에 따르면 리그에 참여 중인 구단의 명칭을 바꾸려면 KBL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와 관련해 KBL은 “데이원스포츠로부터 (구단 명칭 변경 관련)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캐롯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 운영을 종료한 고양 오리온의 연고지와 선수단을 물려받아 재창단한 팀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운영비 지급 보증을 섰고, 자회사 데이원스포츠가 운영을 맡았다.
‘농구 레전드’ 허재 전 농구대표팀 감독을 대표이사로 영입하고, 김승기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다.
기대와 달리 신생팀 캐롯은 시즌 내내 좌충우돌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모기업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구단 운영비용을 대지 못한 탓이다. 올해 들어 매월 선수단 인건비 지급이 지연됐고, KBL에 내야 할 가입비 잔금(10억원) 납부도 미뤄졌다. 오리온에 줘야 할 구단 인수 대금도 다 주지 못했다.
자금난 해소를 위해 매진 중인 허재 고양 캐롯 대표이사.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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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유일한 자금줄이었던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마저 조기 종료돼 재정난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로농구 관계자는 “구단이 캐롯손해보험과 4년간 매년 30억원을 지원받는 내용의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지만, 올 시즌 파행 운영으로 인해 계약 중도 해지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면서 “허재 대표가 구단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워낙 많이 퍼져 추가 운영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아 사실상 구단 운영 능력을 상실했다. 모기업을 이끌던 김용빈 회장은 지난 1월 대한컬링연맹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이사직에서 물러나며 일찌감치 체육계에서 손을 뗐다.
KBL도 더는 관용을 베풀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는 31일까지 가입금 잔여 금액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PO 출전 자격을 박탈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를 구단에 통보했다.
캐롯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6승24패로 5위를 달리고 있다. 상위 6팀이 출전하는 플레이오프 출전이 가능하지만, 재정에 발목이 잡혔다. 캐롯의 출전이 불발될 경우 차순위(7위) 팀에 플레이오프 출전 자격이 돌아간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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