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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K반도체, 일단 한숨 돌렸다 … 中공장 설비개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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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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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10년간 중국 투자 금지'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해 첨단 반도체 5%, 범용 반도체 10% 확장 제한을 기준점으로 삼은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유예 조치'라는 게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해석이다.

이들 기업이 미국 정부에서 생산 보조금을 받아 중국 투자에 대한 가드레일 조항이 적용된다 해도 중국 내 공장의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상무부는 미 반도체법(CHIPS Act)에서 규정한 투자 보조금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받으면 앞으로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가드레일' 세부 조항을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반도체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조항은 사실상 중국에 대한 투자를 겨냥한 것이다. 반도체법은 보조금을 수령한 기업이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같은 조항은 중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추가 투자가 막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운영 중인 생산시설을 업그레이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염려에서다.

하지만 상무부가 향후 10년간 '첨단 반도체'는 5%, 범용 반도체는 10%의 확장 제한을 둔 것은 중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들에 '숨통'을 틔워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첨단 반도체와 범용 반도체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5% 확장 제한이라 하더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타격은 우려보다 덜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5% 확장이라는 기준이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의 '양'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만큼 집적도가 높아지는 반도체 기술 흐름에 있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똑같은 웨이퍼 1장을 투입한다고 해도 생산 가능한 반도체 칩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첨단 반도체'의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국내 기업에 있어 '협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상무부는 지난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규제와 관련해 첨단 반도체 기준을 △18㎚(1㎚=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 내지 14㎚) 등을 초과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로 설정했던 바 있다.

이번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에서 첨단 반도체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현재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반도체는 지난해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당시 설정했던 기준을 밑도는 것이 사실이다.

상무부와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확장 부분이 경우에 따라 1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중국 내 공장을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뜻으로 불확실성이 걷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 중에 있다. 이 공장에서는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책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D램)와 다롄(낸드플래시)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시공장에서는 전체 D램 생산량의 40~50%를, 다롄 공장에서는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당초 가드레일 조항을 표면 그대로 해석하면 이들 기업의 중국 내 생산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염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장 건설비용이 불어나면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생산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에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SK하이닉스에도 미 정부 보조금은 최종 투자 결정에 있어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 원활한 협의를 바탕으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공장 운영에 한계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상무부가 생산량을 근거로 가이드라인을 정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압박 의지를 천명한 것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공장 업그레이드에 제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년간은 중국 내 공장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공장 업그레이드에 한계가 올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발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최승진 기자·워싱턴/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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