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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코로나19 다음에 대비…‘전염병 소방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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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에 ‘같은 실수 또 반복할까 걱정’이라는 팬데믹 관련 기고문 게재

WHO의 ‘글로벌 보건 긴급대응단’ 주축…‘화재 대비’ 준하는 훈련 강조

“대규모 검사 역량도 갖춰야…세계적인 참여·선진국의 자금 제공 필요”

세계일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며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인 빌 게이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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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며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인 빌 게이츠는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대응에 실패한 경험을 발판 삼아 미래에 닥칠 전염병 위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게이츠는 코로나19 사태를 화재에 비유하며 다음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이른바 ‘전염병 소방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게이츠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할까 걱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화재 진압을 준비하듯이 전염병에 대비해야 한다.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 한 가정뿐 아니라 전체 지역 사회에 위협이 된다”라며 “전염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마을에서의 발병은 전국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불과 3년 전 처음으로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규정했을 때, 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에 대한 집단적 대응 실패의 정점을 찍었다”며 “우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세계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라며 세상은 위험이 닥쳤을 때 즉각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 자금이 충분한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팬데믹에 대비한 소방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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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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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게이츠는 WHO가 구축 중인 ‘글로벌 보건 긴급 대응단’(Global Health Emergency Corps·GHEC)을 언급했다.

게이츠에 따르면 이 조직은 보건 비상사태와 관련한 세계 최고 수준의 지도자들로 구성되며 WHO와 기타 국제 네트워크, 국가기관 간 협력 아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네트워크는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다. 소방관들이 화재 대응 연습을 위해 훈련하듯이 긴급대응단도 화재 발생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 훈련을 통해 정부, 의료 서비스 제공자, 응급 의료 종사자 등 모든 사람이 잠재적 발병이 발생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대응단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병원균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조처를 취하는 것’이라고 짚으며, 많은 병원균이 사람의 배설물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하수 검사와 같은 환경 감시가 핵심이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또 하수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배치될 대응팀과 신속한 대응 계획 등 커뮤니티 교육의 필요성을 상기시켰다.

특히 이 같은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는 ‘자원봉사자’가 아닌 모든 국가와 지역의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작 지점에서 확산을 제어할 수 있도록 전문가 팀을 대기 상태로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대응단이 기존 전문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국가 공중 보건 기관의 수장 및 전염병 대응 책임자가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화재는 드물지만, 일단 발생하면 낭비할 시간이 없다. 호스가 소화전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알아차리면 늦다”며 “대응단은 비상사태가 발생하기 전 국가와 의료 시스템을 조정해 위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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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저서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을 들고 있는 빌 게이츠.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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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는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보건 긴급 대응단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립보건원(NIH)과 같은 연구 기관을 포함한 전 세계 전문집단이 적극 참여해 힘을 보태야 하며, 각 국가의 보건 관련 책임자도 동참해야 한다. 팬데믹 대응을 자원봉사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게이츠의 주장이다.

아울러 부유한 국가를 중심으로 대응단에 자금을 제공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게이츠는 전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보여줬듯 팬데믹은 1조 달러(약 1300조원) 규모의 문제”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큰 조치 중 하나는 WHO를 지원하고 글로벌 보건 긴급 대응단이 그 잠재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보건 긴급 대응단은 팬데믹 없는 미래를 위한 진전을 상징할 것”이라면서 “문제는 우리가 너무 늦기 전에 그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선견지명이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게이츠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에서도 ‘글로벌 전염병 대응·동원팀’(GERM) 결성을 제안했다. 작년 8월 방한 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는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게이츠는 코로나 창궐 5년 전인 2015년 테드(TED) 강연에서 “만일 향후 몇십 년 내 1000만명 이상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전쟁보다는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라고 예견한 선각자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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