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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물가에 치이고 별점에 떨고”…장사하기 서러운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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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서비스 줄이자 부정적 후기 ‘쑥’
매출 줄어들까 무리한 요구 수용도


매일경제

서울 명동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소비자들이 식사 중인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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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은 맛있는데 상추랑 깻잎 없어서 리뷰 별 1개.”

물가 상승과 가스비 등 공공요금 인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별점 테러’가 잇따르면서 자영업자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존에도 ‘진상고객’은 종종 있었는데 원재료비를 덜고자 덤으로 주던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부정적인 후기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20일 매경닷컴이 만난 일선 자영업자들은 소비자 중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될 법한 일들이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 남 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먹자골목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점주는 최근 ‘별점 테러’를 당한 일을 설명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소비자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문하면서 “돈은 드릴 테니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을 사다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점주는 “배달 수수료를 아끼고 싶었는지 어떤지, 커피 안 사다 줬다고 별점 1개를 줬다”며 “앱 후기에는 그런 내용은 빼고 맛이 없었다고만 적었더라. 이러면 다른 소비자들은 뭐라 생각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물티슈와 이유식, 타 식당에서 파는 음식 주문, 심부름 등 자영업자들이 꼽은 소비자들의 ‘진상 주문’은 다양했다. 원재료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 등까지 겹쳐진 상황에서 부정적인 후기까지 나올까 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육회 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별점 테러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고질병 같아서 어떻게든 참고 버텨온 것”이라며 “원재료 아끼려 반찬 두 개 뺐더니 후기를 잘 주시던 분들까지 평가가 인색해져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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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시내의 한 음식점 메뉴 가격표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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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앱 첫 리뷰가 엄청 중요하구나’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달쯤 전 새로 생긴 족발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은 뒤 후기로 별 1개를 줬다는 소비자의 이야기였다.

글쓴이는 “어제저녁에 뜬금없이 인터폰이 울리더니 족발집 사장이 우리 집에 족발과 보쌈, 막국수, 파전을 가져왔다”며 “내가 1점을 한 게 첫 후기인데 선입견 때문인지 그 후로 주문 1개도 안 들어왔다며 울먹거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경에 서리 낀 채로 그러니까 안쓰러워서 알겠다 하고 돌려보내고 집 들어와서 족보(족발·보쌈) 세트에 소주 마시고 잤다”며 “리뷰 수정하려는데 오래돼서 삭제만 되더라. 삭제하려 생각해보니 어제도 상추 세트를 안 가져와서 그냥 둘까 생각 중”이라고 적었다.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지만, 당장은 탈출구가 뚜렷하지 않다. 별점 대신 재주문율 등을 표시하는 것이 유력한 대체재로 거론되고 있으나, 해당 서비스를 실제로 도입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뷰 정책 등 시스템을 바꾸는 게 한 번에 가능한 건 아니다. 여러 리스크와 소비자, 업주, 라이더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재주문율 표시를 포함해) 별점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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