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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Pick] 환자 죽자 시신 몰래 버린 의사, 면허 재발급 소송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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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투약 중 숨진 여성의 시신을 유기해 징역을 살았던 전직 의사에게 면허를 재발급해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20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16일 전직 산부인과 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 재발급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모 병원장이었던 A 씨는 2012년 7월 지인 B 씨로부터 '잠을 편하게 푹 잘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충분한 검토 없이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등 약물 13종을 섞어 불법 투약했습니다.

투약을 받던 B 씨는 다수 약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작용으로 호흡정지가 오면서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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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 늘어진 B 씨를 휠체어에 태워 끌고 가는 A 씨

이어 A 씨는 B 씨 시신을 자동차에 실어 한강공원 주차장에 버려두고 도주했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했습니다.

이후 그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사체유기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아 2013년 6월 형이 확정됐습니다.

뒤이어 2014년 7월 A 씨의 의사 면허도 취소됐습니다.

그로부터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인 3년이 지난 2017년 8월, A 씨는 보건복지부에 의사 면허 재발급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2020년 A 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거부 사례는 A 씨가 처음이었습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2021년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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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8월 약물 불법투여·시신 유기 혐의를 받는 전직 의사 A 씨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의사 면허 취소로)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이 너무 크고 가혹하다"며 "오랜 시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일부 혐의(사체유기·업무상 과실치사 등)는 면허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 데다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이 끝났다는 논리도 펼쳤습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경우를 직무와 관련된 고의범죄 등으로 제한합니다. 즉, 과실에 의한 범죄나 시체유기와 같이 직무와 무관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에 1심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재판부는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줘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의료법 취지와 공익에 부합한다"면서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수형생활을 마치고 손해배상 책임도 다한 점, 의료기기 판매업, 행정사무, 무료 급식소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약 10년가량 의사 업무에 봉직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A 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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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는 업무 외적인 목적으로 여러 약품을 무분별하게 혼합 투약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해 죄질이 중하다"며 "복지부가 2014년 이후 의사면허를 재교부한 내역을 보면 A 씨 사건처럼 사망에 이른 경우도 없다"라고 지적하며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의 중대성'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의료법의 목적이 있다"며 "A 씨 범행의 경중을 고려하면 면허 취소가 그 목적에 부합한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뒤이어 대법원까지 원심 판단을 유지하며 A 씨는 의사 면허를 재발급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한편 의료법 제65조에 따르면 면허가 취소됐어도 취소 사유가 없어지거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발급해줄 수 있습니다. 다만,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집행 중인 의료인에게는 취소된 날로부터 최대 3년 이내로 재교부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접수된 재교부 신청 163건 중 152건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는 교통사고 등 어떤 죄목의 범죄든 죄의 유형을 가리지 않고 금고 이상 실형을 받거나 집행유예, 심지어 선고유예를 받아도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 [2022.05.30 8뉴스] 약물 불법 투여하다 숨지자 시신 버려도 "면허 다시 줘"

(사진=SBS 8뉴스 보도영상 캡처)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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