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원상복구 땐 물가 자극
부자 감세 후과, 서민 떠안는 꼴
정부 ‘인하 폭’ 줄이는 방안 검토
20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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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면서 세수가 줄어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유류세를 올리게 되면 둔화세로 돌아선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대기업과 고자산가의 세부담을 낮추기로 한 정부가 세수 감소를 근거로 유류세를 올린다면 ‘부자 감세’의 결과로 서민들의 세부담만 더 키우게 된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정부는 추가로 상속·증여세 감세도 추진하고 있어 어디선가 재정을 보충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1조1164억원 걷히며 전년 실적 대비 세수입은 5조4820억원 감소했다. 증가율로 보면 1년 새 해당 세수입의 33.0%가 줄었다. 지난해 치솟은 국제 유가가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하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 한도인 37%까지 확대했는데, 이 같은 점이 지난해 세입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게 된 것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정부가 받는 재정 부담은 올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올해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지난해보다 더 내리기로 한 데다 경기 불황 및 자산시장 위축 상태가 겹치면서 타 세목에서도 세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당초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4개월 연장하면서 다른 유종과 달리 휘발유에 붙는 세금 인하 폭은 37%에서 25%로 낮췄다.
이 때문에 기재부 내부에서는 세제실을 중심으로 유류세를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3월 3주(12∼16일) 평균 가격은 배럴당 78.3달러를 기록해 1주 전보다 4.3달러 하락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겨우 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섣불리 유류세를 올리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올해 중 다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는 유지하면서 인하 폭을 일부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경유 유류세 인하 폭을 휘발유와 동일하게 25%로 축소하거나 휘발유·경유 인하 폭을 아예 20%로 일괄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중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세수 부족을 거론하며 유류세를 올리게 되면 정부가 지난해 법인세 및 종부세 감세 조치의 후과를 결국 서민 증세로 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감세와 부동산 시장 위축 등에 따라 올해 종부세수는 지난해보다 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에 더해 올해 종부세 추가 감세와 상속증여세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장)는 “올해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정부가 경기가 이정도로 나빠질 것을 예측하지 못한 채 고자산가와 대기업 위주로 과도하게 감세 정책을 시행한 결과”라며 “서민 생활 필수품인 유류에 대한 세금을 늘려 이를 메우려고 한다면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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