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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19년 만에 열리는 국회 전원위, 선거제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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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한겨레

선거제 개혁을 위해 국회의원 전원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국회 전원위원회가 27일 시작된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김진표 국회의장(왼쪽)이 여야 원내대표와 논의하는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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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동 1번지 국회의사당에 모인 이들을 범주화할 기준은 여럿이다. 정당과 세대, 소속 상임위원회, 출신 지역, 계파…. 개중 가장 본질적이고 단단한 구분선이 있다. ‘선거제 개혁론자인가, 아닌가.’ 이 견고한 범주는 정당과 세대를 초월하고, 전직과 출신 지역을 넘어서며 계파와도 별 상관이 없다. 여의도에 발 디딘 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때마다 “이번이야말로 선거제 개혁의 적기”라고 외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선거제 개혁은 절대 안 될 것”이라고 기대에 초를 친다. 넘을 수 없는 구분선 위에서 개혁은 대개 실패했다. 그리고 다시, 4년 만에 개혁의 계절이 왔다.

국회가 선거제 개혁을 위해 오는 27일부터 2주간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연다. ‘이라크 전쟁 파견 및 파견 연장’을 놓고 2003~2004년 전원위를 소집한 지 19년 만이다. 사전에 여야 교섭단체의 합의를 거친 의원들만 발언할 수 있는 본회의와 달리 299명의 국회의원 전원이 회의장에서 난상토론을 벌이고 이를 생중계하는 방식이다. 국회 내 대표적 선거제 개혁론자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임기 내에 반드시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전원위’라는 특단의 조처를 통해 드러낸 것이다.

총선을 한 해 앞두고 선거제를 확정하고 선거구의 구역을 정해야 하는 올해 초, 잠시 선거제 개혁을 향한 동력이 커지는 듯 보였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은 현상 유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선거제 개혁에 미온적이었는데,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이 집권 초에 의지를 보인 만큼 개혁의 동력이 마련되지 않겠냐는 낙관론이 퍼졌다. 물론, ‘개혁론자들’ 사이에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여야 지도부가 선거제 개혁에 미온적이다. 총선 전망을 놓고 아직은 긍정회로가 양당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여당은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거둔 ‘180석 압승’을 뒤엎을 기회로 보고, 야당은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기대어 과반(150석) 수성을 노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선거제의 틀을 크게 흔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광야에서 개혁을 외치는 이들은 사실 소수파다. 제도 설계에 따라 지역구를 둔 의원 253명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까닭이다.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이 과시하는 회원 140여명을 모두 개혁론자로 볼 수 있을까. 이 ‘인해전술’엔 허수가 끼어 있다. 개혁의 명분엔 동의하나 실현 가능성엔 고개를 젓는 ‘회의주의자’, 적진에 뛰어들어 개혁론자들의 논의 추이를 살피려는 ‘현상유지론자’들도 모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원위가 열리면 일부는 ‘초당적 정치개혁’보단 ‘개인적 각자도생’에 나설 공산이 크다. 개혁론자들은 “반개혁론자로 찍히고 싶은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생존본능과 명분 중 어느 쪽이 강하게 작동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난국에서도 개혁론자들은 다가올 전원위에서 작은 한 걸음을 뗄 수 있을까. “이걸 했을 때 국민이 환호해줄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정치인들은 나서게 돼 있다.” 지난겨울 어느 개혁론자가 상기된 얼굴로 전한 말이다. 국민의 더 많은 관심만이 개혁의 진짜 동력이 될 거란 얘기다.

엄지원 정치팀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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