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숙 만화가협회장 "휴재 법제화 필요…최소 연 2회 쉬어야"

지난달 연임 확정…"협회서 만화작품 신탁·학술연구 사업도 추진"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이 9일 서울 중구 CKL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3.14.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연차가 있지만, 만화가는 명절에도 쉬지 못합니다. 신인 작가일수록 휴재하려면 눈치가 보이니 아예 의무 휴재를 법제화하자는 거죠."

지난달 연임을 확정한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웹툰 휴재 의무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1980∼90년대 '아르미안의 네 딸들' 등을 그려 순정만화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작가다.

2020∼2023년 만화가협회 28대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만화가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왔던 그는 지난달 연임에 성공해 2026년까지 3년 더 협회를 이끌게 됐다.

현재 만화계의 가장 큰 이슈는 웹툰 작가들의 과로, 우울증 등 건강 악화 문제다.

이에 정부가 만화·웹툰 관련 표준계약서 개정 초안에 50회당 2회 휴재를 담기로 했지만, 신 회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기적인 휴재를 아예 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CKL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신 회장은 "연 2회 휴재도 사실은 부족하다"며 "최소 2회를 기본으로 보고 혹시 4회 또는 6회가 적당할지 작가들의 여론을 수렴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설·추석 등 명절 기간에 작가들이 쉬는 경우 이는 유급 휴재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좋은 작품을 계속 보고 싶다면 작가를 살려야 한다"며 이 같은 문화가 정착돼서 플랫폼과 독자, 작가 모두 정기적인 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기를 기대했다.

웹툰 분량 상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동의를 표했다.

신 회장은 "작가들 사이에도 과도한 경쟁 현상이 있는데, 컷(분량) 상한을 정하면 지나친 과로는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웹툰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휴재권 외에도 신 회장은 향후 3년간 협회를 통해 만화 작품 신탁과 학술 연구 강화, 웹툰 불법 공유 근절 사업 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이 든 만화가들은 자기 작품을 어떻게 보관하고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어떻게 서비스할지를, (젊은) 작가라도 플랫폼에 웹툰을 연재했다가 구작이 된 경우 작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협회가 신탁 사업과 함께 교육에 나서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기금을 마련해 협회 산하 만화문화연구소에서 작가와 작품연구는 물론, 작가의 노동 환경, 인공지능(AI) 시대 대응 방향 등 다양한 학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 신 회장은 협회의 역할을 종전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최근 협회비도 약 10년 만에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인상했다.

그는 "지금까지 만화가협회는 친목회에 더 가까운 성격이었다"며 "웹툰이 등장하면서 일이 많아졌고 이제 사무국을 좀 더 키우면서 많은 일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1968년 창립한 만화계의 대표 창작자 단체로, 1천5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이 가운데 웹툰 작가는 300명 안팎이다.

신 회장은 만화가들이 뭉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만화가협회가 그 중심이 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작가들에게는 구심점이 필요한데 만화가협회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재능 있는 창작자가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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