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한 표의 가치는 동등해야’ 비례성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보수-진보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이 지난 1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범시민단체연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권자전국회의 등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이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원회도 1박2일 워크숍 등 논의를 거듭해 2개의 최종안을 추릴 예정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달 말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4월까지 선거제도 개편안을 결정하겠다고 벼른다.

개혁의 핵심은 비례성 확대와 양당제 폐해 극복이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 인한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어렵게 채택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출범으로 빛이 바랜 상황에서 21대 국회가 비례대표 확대, 지역주의 완화 등의 개혁 과제를 담아낼 선거제 개편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이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의석 비율을 독과점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한국의 뿌리깊은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제도로 인한 정치 양극화 문제를 개선할 필요도 제기된다. 여기에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대표성 확보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당장 2020년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꼼수’로 지적받은 비례대표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 개편은 필수적이다. 이대로 두면 내년 총선에서 위성정당 문제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성 확대의 긍정적인 사례는 많다. 2004년 정당명부 투표 도입으로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어 기존 정치판을 흔들고, 무상급식 등 진보 의제를 이끌었다. 뉴질랜드는 1993년 소선거구제에서 연동형 비례제로 바꾼 후 마오리족 등 소수인종 대표성이 증가했다. 1993년 21%였던 여성 의원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60명) 처음으로 남성 의원(59명) 수를 넘었다. 네덜란드나 스웨덴, 독일처럼 선거제도의 비례성이 높은 국가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로 흡수해 복지국가로 성장하기에 유리했다는 정치학자들의 분석도 많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국회 선거제도 토론회 발제에서 “트위터에서 상대 정당을 리트윗하는 비율로 국가별 정치 양극화 정도를 조사하니, 한국과 같은 소선거구제·양당제 국가에서 양극화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 의석 비율이 소선거구제인 영국 의회보다 비례제를 적용한 유럽연합(EU) 의회(영국은 현재 탈퇴)에서 크게 높았다”며 “비례제가 진보에게만 유리하지 않다. (이념과 관계없이) 다당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5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국회에 권고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2020년 시도한 준연동형 비례제는 끝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위성정당 사태로 이어졌다. 영남대 홍은주·박영환·정준표가 현대정치연구 2021년 봄호에 발표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정의당은 5석이 아닌 12석, 국민의당은 3석이 아닌 8석, 열린민주당은 3석이 아닌 6석을 얻을 수 있었다. 위성정당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비례성이 확대될 기회를 놓친 것이다.

김 의장은 최근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3가지 선거제 개편 대안을 제시했다. 소선거구 지역구를 유지하고 비례대표 50석을 늘려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는 안, 소선거구 지역구를 유지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50석 늘려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제를 시행하는 안(위성정당 출현 방지 방안 필요), 인구밀집 지역을 중대선거구로 바꾸면서 지역구를 줄이고 줄어든 만큼 비례의석을 늘려 권역별 개방형 명부 비례제를 도입하는 안이다. 김 의장은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선거제도와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맞물리면서 정치가 극한대립을 되풀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승자독식인 현재의 선거제도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론과 의원들을 둘 다 만족시키기 어려운 딜레마다. 예를 들어 비례성 확대를 위해선 비례대표 확대가 필요한데 국민 다수는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한다. 그렇다고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확대하자고 하면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뻔하다.

결국 비례성 확대를 위해선 여론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선관위에 따르면 한국 의원 1인당 인구수는 17만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만명보다 크게 많다. 의원 수가 늘어야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프랑스는 상·하원 합친 의원 수가 925명, 영국은 1450명이다. 국회에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의원들의 총 세비를 동결한 상태에서 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비례성 확대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문제는 제도마다 치명적인 약점들이 다 있기 때문에 국민적 동의가 잘 안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민적인 공감을 얻으려면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민주적이어야 하고 투명성도 보강이 돼야 한다”며 “정말로 대표성 있는 후보들이 나온다면 의원 정수 확대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의원정수 확대는 결국 국민적 신뢰의 문제”라며 “세비 동결, 보좌진 숫자 축소, 의원 출석률에 따른 페널티 강화, 정당 보조금 삭감 등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으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 [여성의 날] 당신의 차별점수는 몇 점일까요?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