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종 나신평 금융평가실장, 13일 보고서 통해 "이례적 사례이자 통화긴축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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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야기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준의 금리 인상 압박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그동안 좀처럼 잡히지 않던 물가가 SVB발 경기 충격으로 하강하면서 오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유력했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 예측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나 '동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준의 차기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베이비스텝 결정을 예측한 비율은 98.2%로 기존 판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불과 하루 전인 12일까지만 해도 3월 연준에서 빅스텝 결정을 통해 현재 4.5~4.75%인 기준금리를 5~5.25%로 조정할 가능성이 68.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전환이다.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급기야 3월 FOMC 결과 전망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동결'에 힘을 실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연준이 3월 금리 인상을 보류한 뒤 이후 5월과 6월, 7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연속 금리 인상을 진행해 최종 금리 수준이 5.25~5.5%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 측은 "SVB 사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광범위하다"며 동결 전망 이유를 설명했다.
전망 폭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국내에서도 연준이 통화 긴축 속도를 당초 예상보다 늦출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3실장은 이날 SVB 사태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는 코로나 발생 이후 극단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권 예수금의 급속한 증가와 높은 기업예금 비중, 금리 상승기를 맞아 잘못된 채권 운용 전략이 결합해 발생했다"며 "다소 이례적 사례로 볼 수도 있으나 그와 동시에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송 실장은 이번 사태 여파로 SVB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SVB가 미국 현지 전체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타 은행과 활발하게 거래하지 않는 사업모델 등 특성상 이번 SVB 사태가 미국 은행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과 속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통화 긴축 속도를 당초 예상보다 높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으나 금융시스템 안정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나신평 측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송 실장은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은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전 금융시장에 여러 파열음을 내는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정책금리 인상이 경기보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빨리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랜 기간 저금리가 이어지면 경기 둔화보다 금융시장 안정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 인상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주경제=배근미 기자 athena35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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