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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Design] 한국형 펜트하우스의 진화

매일경제 홍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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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Design] 한국형 펜트하우스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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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장원 기자의 예술이 된 건축 ◆

한강변 야경과 어우러진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한강변 야경과 어우러진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고급 주거 공간.' 펜트하우스(penthouse)의 사전적 의미다. 한마디로 옥상 고급 주택이란 뜻이다. 요새는 의미가 다소 확장되어 쓰인다. 최고급 럭셔리 주거건물이란 뜻으로 자주 활용된다. 아무리 주택시장에 소형화ㆍ실속주의가 대세라지만 좋은 집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것은 인간 고유의 욕망이다. 집은 사람의 신분을 좌우한다. 수십억~수백억 원의 부를 이룬 자산가들은 그들 격에 맞는 집에 살고 싶어한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듯한 아름다운 집에 사는 부자를 보고 누군가는 질투에 눈이 멀 것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신분 상승을 꿈꾼다. 리스크를 짊어지고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중 몇몇은 성공해 대박을 친다. 치열하게 달려온 지난날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생긴다.

전쟁터에서 돌아와 안식을 찾을 만한 궁궐 같은 집을 구한다. 여기에 자극받은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만의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고달픈 현실을 잊으며 돈을 모은다. 재테크로 돈을 굴리고 창업 아이디어를 물색한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이 뻔한 공식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질투를 먹고 자란다. 질투의 한복판에 펜트하우스가 있다. 요새 부자들 관심을 모으는 '핫플레이스' 펜트하우스 3곳을 돌아봤다. 국내 1위 초호화 펜트하우스 '갤러리아 포레', 용산의 랜드마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 그리고 펜트하우스 대중화 시대를 선도하는 '일산 요진 와이시티'가 주인공이다.

펜트하우스 완결판 '갤러리아 포레'
서울숲 안마당으로 품고 한강다리 8곳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갤러리아 포레 욕실

갤러리아 포레 욕실

갤러리아 포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서울숲 바로 옆에 있는 두 동짜리 주상복합이다. 전용면적 233~377㎡으로 이뤄진 230가구. 가장 작은 면적이 70평에 달하는 초호화 주택이다.

펜트하우스의 완결판, 고급스러움이 극대화된 형태다. 대지 지분을 쳐줘야 하는 단독주택을 제외하면 순수 건물값으로 이만큼 비싼 집은 국내에서 아직 없을 것이다. 가장 비싼 전용 377㎡ 시세가 60억원을 호가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이런 곳에 웬 호화주택이람?" 의구심이 들 수 있다. 낡은 건물이 밀집한 준공업지대 인근 지상 45층으로 우뚝 선 두 개의 화려한 건물은 주위를 압도하는 맛은 있지만, 왠지 모르게 약간 겉도는 느낌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막상 건물 앞으로 다가가면 이 집이 왜 비싼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사 때문에 잠시 비워놓은 분양가 50억원짜리 전용 330㎡ 집안에 들어가자 '서울의 허파' 115만6498㎡ 규모 서울숲이 내 집 안방처럼 펼쳐져 있다. 가깝다는 뜻으로 주로 쓰이는 '도보 5분' 정도 수준이 아니다. 아예 갤러리아 포레와 서울숲을 가르는 경계 자체가 없다. 건물에서 나와 열 발자국을 걸으면 곧바로 서울숲에 스며든다.


주말이면 건물 1층에 마련된 상가에는 서울숲에 놀러온 유모차 부대가 진을 칠 정도다. 갤러리아 포레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드러내놓고 부를 뽐내는 부자는 천박하다. 격이 떨어진다. 향을 싼 종이에 향기가 나는 것처럼, 자랑하지 않아도 은은히 흐르는 '부자의 기품'에 사람들은 마음을 연다.

갤러리아 포레가 딱 그렇다. 건물 앞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서울숲은 지나다니는 사람에게 누가 갤러리아 포레에 사는지를 묻지 않는다. 서울숲에서 나와 세련된 고층 빌딩 안으로 들어가는 딱 한순간이 부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낼 때다.

그래서 바랜 건물 사이로 치솟은 두 동의 마천루는 천박하지 않다. 주위와 썩 잘 어울린다는 느낌까지 준다. 내부는 당연히 화려하다. 로비부터 환상적이다. 발광하는 대리석에 천장에 매달린 개당 1억원짜리 미술 장식품이 별처럼 빛난다. 엘리베이터 안 송아지 가죽 장식이 따뜻함을 더한다. 전용 330㎡ 거실 면적만 100㎡를 훌쩍 웃돌아 웬만한 집 한 채가 들어갈 정도다. 한밤중 창문 끝에서 끝으로 고개를 돌리면 7~8개 이상 보이는 한강 다리 조명에 잠시 숨이 멎는다.


자칫 한눈을 팔면 집안에서 길을 잃어버리는건 한순간이다. 부엌 뒤 창고를 지나거나, 신발장 옆 쪽문을 열면 나오는 '메이드 룸(도우미 방)'은 이곳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용산을 한눈에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다. 서울역 바로 옆, 서울의 가장 중심부다. 도쿄 롯폰기힐스에서 개념을 차용한 '주거복합단지(MXD)' 콘셉트로 건물을 올렸다. 건물 하나가 그대로 작은 도시가 되는 형태다. 'ㄱ'자 모양 용지에 A동부터 D동까지 최고 35층 타워 4개동이 늘어서 있다.

여기에 아파트ㆍ오피스텔ㆍ업무시설ㆍ문화체육시설까지 없는 것이 없다. A동부터 C동까지 3개동 2층에 마련된 '커뮤니티 브리지'는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의 백미다. 120m 길이 이곳에 사우나실, 주스바, 독서실까지 생활에 필요한 필수 시설은 빠짐없이 갖췄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지하에서 서울역까지 통로로 바로 연결된다는 점. KTX를 타고 지방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바깥에 나가지 않고 바로 내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곳 아파트는 전용 128~244㎡ 규모로 중대형부터 대형까지 고르게 갖췄다. 전용 208㎡ 펜트하우스에 들어가니 둥그런 창문 외벽이 그려내는 파노라마뷰가 인상적이다. 거실로 나오면 용산 미군부대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바로 이곳에 여의도 크기만 한 용산민족공원이 들어선다.

아파트 내부에서 가장 특이한 곳을 꼽자면 단연 욕실이다. 고급 호텔 화장실에서나 볼 듯한 '듀얼 세면대'가 기다리고 있다. 똑같은 크기의 세면대 두 쌍이 대형 거울을 머리에 이고 점잖게 앉아 있다. 인근 대사관 등 외국인 임대 수요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디자인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월세는 비싸기로 유명하다. 전용 208㎡ 한 달 월세로 800만~1000만원은 너끈히 받을 수 있다. 이 집 시세는 20억원을 호가한다.

품격 높이고 몸값 낮춘 '일산 요진 와이시티'

일산 요진 와이시티 주방

일산 요진 와이시티 주방

한창 공사 중인 일산 요진 와이시티는 일산신도시의 랜드마크로 불릴 만한 곳이다.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 최고 높이 59층 마천루 6개동이 들어선다. 이곳은 펜트하우스 전용 단지는 아니다. 전용 59~244㎡로 이뤄진 2404가구가 골고루 섞여 있다. 이 중 전용 156~244㎡ 28가구를 펜트하우스로 짓는다. 견본주택에 마련된 전용 156㎡ 샘플하우스에 들어가봤다. 수수한 멋을 살려 마감했을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3m의 층고, 멋을 부려 디자인한 장식은 그 화려함이 서울 요지 초호화 고급 주택 못지않았다.

펜트하우스라면 꼭 갖춰야 할 필수 품목도 빠뜨리지 않았다. 명품 브랜드 와인셀러, 영국에서 가져왔다는 조명등, 이탈리아 주방후드까지. 거실에 붙어 있는 주방 한편, 비밀스런 문을 열면 자그마한 미니 주방을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

거실에서 화려한 잔치를 벌일 때, 미니 주방에서 국물을 튀기며 끓어오르는 냄비 뚜껑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위로는 고고한 척, 아래로는 쉴 새 없이 물갈퀴를 내젓는 '펜트하우스판 백조의 법칙'을 그대로 따른 결과다. 거실에서 만날 수 있는 3면 개방형 뷰는 웬만한 고급주택보다 더 나은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실속은 알뜰하게 챙겼다. 욕실 3개를 모두 방과 연계해 배치해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분양가다. 13억원 중반대. 소위 말하는 '가격 대비 성능 비율' 측면에서 보면 이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인지 일산에 사는 성공한 사업가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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