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 결승전. 사진 ㅣ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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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제작진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논란에 결국 원본 영상을 공개하며 “조작은 없었다”고 재차 해명했다.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 100’ 결승전 논란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8일 넷플릭스가 긴급 공문을 보내며 급하게 마련된 자리였다.
지난 달 21일 종영한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으로 격투기 선수 추성훈,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등이 대거 참가해 관심을 모았다.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승전 이후 2위를 차지한 정해민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우진용의 요청으로 첫 경기가 중단됐고, 두번째 경기도 거의 끝나갈 즈음 제작진이 갑자기 중단했다고 주장하면서 조작 의혹이 일었다.
제작진은 몇 차례 의혹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지만,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이날 원본 공개라는 초강수를 뒀다.
논란의 발단
결승전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것은 준우승자인 정해민이 최근 인터뷰 등을 통해 억울함을 토로하면서다. 정해민은 “(결승전에서) 저랑 우진용이 남아 밧줄 당기기를 했다. 제작진이 위치 선정을 해줬고 제가 엄청난 속도로 이기고 있었다. (출연자) 형들이 말하길 세 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또 “(우진용이) 자기 기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제작진에게 항의하더라. 제작진 확인 결과 줄 장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내가) 압도할 정도로 줄을 당겼다. 그런데 두 번째로 경기가 중단됐다. 두 번째이니 너무 짜증이 나서 그냥 무시하고 당겼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난입해서 ‘멈춰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해민은 그러면서 “‘지금까지 당긴 줄을 측정해서 자르고 재경기하자’고 요구한 것에 거부했지만 제작진과 우진용의 재경기 요구에 압박받아 결국 허락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이 대목에 대해 그간 “결승전을 포함한 모든 퀘스트에서 1)참가자들의 건강 체크 2)오디오, 메모리, 배터리 이슈 체크 3)참가자의 의견 청취 등의 이유 외로 경기가 중단된 적이 없으며, 초반 도르래 소음으로 마이크 체크와 참가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일시 중단 후 재개시에도 관계된 참가자들과 현장의 게임 진행 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두 참가자가 원했던 방식으로 당시 상황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입장을 밝혔을 뿐 정해민의 말에 직접적으로 반박하거나 원본 영상을 공개하진 않아왔다.
‘피지컬:100’ 최종 결승에서 붙은 우진용, 정해민. 사진 ㅣ넷플릭스 |
‘우진용이 손들고 경기 중단?’
제작진은 결승전을 시작할 때부터 처음 시합을 중단시킬 때까지 11분 가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녹화된 영상에는 줄을 잡아당기는 두 선수의 모습이 담겼다.
초반부터 잡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듣기 어려울 정도의 굉음이 들려왔다. 정해민의 실타래는 힘을 주는대로 부드럽게 풀리지만, 우진용의 기계는 온 체중을 다해 끄는 데도 굉음이 계속되며 끌리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기를 중단시킨 것은 우진용이 아닌 제작진이었다. 제작진은 두 사람이 로프를 정리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등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안내 방송을 통해 경기를 중단시켰다.
장호기 PD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동안 거대한 마찰음이 양쪽에서 이어졌다. 시뮬레이션을 수차례했지만 전혀 들리지 않은 돌발적인 소리였다. 경기 초반엔 나지 않았고 흐름 끊기보다 지속해야한다는 판단에 지속했다”며 “두 선수 모두 로프를 정리하거나 휴식 취하는 소강상태에 경기를 중단했다. 중단 요청을 드린 이유는 지속적 소음이 매우 심각해 촬영본을 사용하기 어렵게 됐다는 기술적인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대형 소음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서 안전 사고의 신호일 수 있다는 판단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진용이 먼저 손을 들고 중단했다는 주장, 제작진이 거짓말 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승부 영향을 미치려 경기를 중단한 것 역시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기 재개, 종료 앞두고 또 중단?
장 PD는 또 정해민이 “재개된 경기가 시작돼 비로소 끝이 보이는 순간이 왔는데 제작진이 경기를 중단한다고 했다. 끝이 보이고 있는데 중단하려고 해서 계속 당겼다. 제작진이 멈추라고 소리쳤다”고 말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원본 영상을 공개하며 “사실과 다르다. 경기 재개 26초 만에 우진용의 줄타래 줄이 외부로 흘러나와 꼬이는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문제 인지했고 돌발사고로 판단해 (경기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중하고 있는 정해민 선수에 중단 요청을 명확히 드리기 위해 호각 소리를 재생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한 로프 당기기로 극한의 지구력, 정신력 요구하는 장기전이었다. 모든 출연자에게 로프 총 길이를 고지하지 않았으며 줄타래 또한 얼마나 남았는지 알수 없었다. 누구도 승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막 중반을 넘어서는 순간이었고 경기도중 우진용이 앞서는 순간도 있다. 정해민이 3배 이상 앞섰다는 것 또한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밝혔다.
제작진 5명이 둘러싸고 압박?
두 번의 중단 이후 제작진은 두 선수와 논의 끝에 이전 경기 중 정해민이 앞섰던 45m의 줄을 자른 뒤 재경기 하기로 합의했고 결국 재경기가 진행됐다.
정해민은 이에 대해 “제작진 5명이 둘러싸고 부탁도 하고 압박하는 등 수십분간 매달려 재경기를 수락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장 PD는 “두 출연자와 대화를 통해 재개 방식을 논의했다. 돌발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면 이전 촬영분을 사용할 수 없어 죄송하다고 했다. 양해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협의 과정에 참여한 것은 메인PD와 총괄 프로듀서, 넷플릭스 관계자 3명이었으며 양선수가 모두 합의하는 방식에 따르기로 했다. 며칠간 휴식후 체력, 정신력이 100% 회복된 후 재개하는 방식은 어떻겠냐는 의견을 먼저 드렸다. 그러나 두 출연자는 상호 협의해 처음으로 감더라도 격차를 반영해 당일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해민 쪽 줄을 45m 자른 것에 대해 장 PD는 “수십명의 스태프들이 보는 가운데서 진행됐다. 본인 확인 요청도 드렸다. 안전을 위해 오픈하고 당겨보거나 풀어보거나 다 해보라고 했는데도 괜찮다고 하더라. 두 분 다 빠른 재개를 원해서 바로 시합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또 “본 협의 과정은 마이크를 통해 모두 녹음이 됐다. 결과에 이의없이 경기가 끝났고 소감 인터뷰 및 스태프 기념사진 촬영 끝으로 공식 녹화가 종료됐다”고 이야기했다.
로프 난이도를 조작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줄타래가 두루마리 휴지처럼 된 구조라 난이도를 조작할 수 없다. 출연자들 또한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디오 사고 원인은?
경기 초반 굉음을 냈던 원인은 뭘까. 정해민은 “소리가 많이 난다고 해 윤활유를 기침에 칠했다”고 설명했으나, 장 PD는 “육활유가 아니라 녹을 제거하는 스프레이”라며 “담당 스태프가 공평하게 뿌렸고, 이는 임시 조치였다. 주된 조치로는 전체적인 점검을 했다”고 말했다.
장 PD는 “시뮬레이션을 정말 많이 한다. 다른 프로그램은 실제 그 도구 사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리허설을 할 수 있지만 저희는 특성상 그 출연자 대상으로 리허설 할 수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시뮬레이션 했는데. 그때도 발생하지 않았던 소음이라. 당황한 것은 사실”이라며 “추측컨데 출연자들이 당기는 힘이나 키에 따른 각도 등도 있고, 기계가 현장에 있으면서 어떤 요인이 생겼을 수도 있다. 마찰이 심해지며 발생한 것 아닌가 싶다”고 추측한 원인을 언급했다.
원본 영상, 뒤늦게 공개한 이유
그동안 원본 영상을 공개해달라는 누리꾼들의 요청이 빗발쳤으나 제작진은 이를 공개하지 않아왔다. 이런 가운데 원본 영상을 취재기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공개한 이유는 따로 있을까.
장 PD는 “넷플릭스 특성상 모든 촬영 원본의 권리는 넷플릭스가 소유한다”며 “저작권에 철저한 만큼 전체가 아닌 일부만 공개한다. 제 3자의 재편집에 따른 유포에 대한 문제, 상황과 무관한 출연진의 개인적 대화 유출 문제, 방대한 녹화량 등으로 원본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급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
제작진이 우려한 것은 저작권 문제 뿐 아니었다. 문제를 제기한 정해민의 입장도 생각했다.
장 PD는 “출연자와 진실공방처럼 흘러가거나 대립 구도를 원하지 않았다”며 “진실을 말하며 반박하는걸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공개하기 전) 원본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출연자는 땅만 보면서 할 수도 있고, 너무 집중해서 당시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게 거짓말이나 허위사실 유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해민도) 최선을 다했다. (제작진이)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왔고, 원본도 공개됐으니 꼭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정해민의 입장을 배려했다.
결말은?…제작진 “사과할 것”
정해민은 제작진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이다.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만나 이야기로 풀 수 있을까.
장 PD는 “정해민이 (결승전 관련 논란) 인터뷰를 하기 전, 문자를 드린 적이 있다. 그 다음 날인가? 제작진이 회유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아 연락을 하는 것으론 문제 해결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유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해민과 친분이 있는 다른 출연자들을 통해 연락 드리며 ‘만나게 해달라’, ‘대화하게 해달라’고 했으나 응하지 않더라.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풀고 싶다는 취지의 문자를 드렸지만, 답장이 없더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원본 영상에 담겨있던 진실은 그동안 제작진이 발표해온 공식입장, “최종 결승에서 수차례 재경기가 있었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경기 초반의 오디오 이슈 체크와 참가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일시 중단과 재개가 있었을 뿐이다”라는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해민에 사과를 하겠다는 이유는 뭘까. 김현기 PD는 “정해민, 우진용은 노력을 통해 100인 중 1등, 2등으로 올라간 사람들”이라며 “그보다 못한 성적을 낸 선수들도 주목을 받고 여기저기서 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 이후 논란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영광이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장 PD 역시 “제작진이나 특정 출연자가 특별 한 이유 없이 경기 중단하거나 우승자 바뀌었다는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제작진이 특정 출연자를 우승자로 만들기 위해 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라고 다시 한번 짚으면서도 “이번 갈등과 논란의 책임은 출연자가 아니라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제작진에게 있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전부 다 보여드리지 못하면서 시청자와 정해민에 큰 실망을 드린 것 같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두 출연자를 찾아뵙고 정식으로 다시 사과드리고 오해 풀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제작진, 출연자들이 대화로 오해와 갈등을 해소해 현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더이상의 조작 의혹은 제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고심 끝에 원본 영상을 공개한 제작진은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에 관련된 이슈에 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피지컬: 100’은 지난해 7월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촬영 종료 후 8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다 당사자가 겪었던 현장은 주관이 섞이며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도 있다. 제작진이 원본 영상까지 공개하며 명예회복을 위해 정면돌파에 나선 가운데, 정해민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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