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차관급 대화·안보협의회
이달 한일 정상회담서 재개 논의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급랭됐던 한일 관계를 전면 복원하는 데 우선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세대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통 큰 결단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얼마나 호응해 오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과거사에 대한 고심도 있지만, 한일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양국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군사·안보적으로도 대륙 세력에 맞서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대승적 결단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강제징용 해법으로 먼저 손을 내민 상황에서 일본이 어느 수준으로 화답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달 중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호응 정도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으니 이제 답은 일본이 할 차례"라며 "정상회담을 통해 기시다 총리가 만족할 만한 답을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일 관계 정상화의 일환으로 수년간 중단됐던 한일 간의 각종 전략적 협의채널 복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한일 외교차관급 전략대화가 꼽힌다. 한일 외교차관급 전략대화는 단순현안 협의를 넘어 중장기 관점에서 지역 및 글로벌 이슈를 폭넓게 협의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5년 시작됐다가 2014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한일 외교차관이 양자회담을 하기는 했으나 전략대화 형식으로 열리지는 않았다.
한일 외교·국방 라인의 국장급 인사가 대표를 맡는 2+2 형식의 외교안보 대화체인 안보정책협의회도 지난 1998년 시작돼 꾸준히 개최됐으나 2018년 3월 이후에는 중단됐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이와 관련한 구체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외교, 경제, 안보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간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장기간 경색된 관계를 방치하지 않고 국익 차원에서 국민을 위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갈등에서 파생됐던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도 해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규제의 경우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기한 분쟁 해결절차를 중단하면 일본이 2019년 7월 단행한 수출규제를 푸는 방식이다. 한일 양국은 이를 위해 조만간 수출관리정책대화를 개최할 계획이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해제하는 시점과 사실상 동시에 한국 정부도 지소미아의 법적 불안정성을 제거하기 위한 조처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2019년 당시 일본 정부에 외교공한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통보했고, 이후 다시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공한을 보냈다. 이에 따라 지소미아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에게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양국 정부 각 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과 아울러 경제계와 미래세대의 내실 있는 교류협력 방안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의 관계개선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지만 여론의 공감도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대한민국의 오늘날 위치를 감안해 장기적 안목으로 (해법을) 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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