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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과학기술강군?…"중요한 건 장군의 리더십"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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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과기정통부장관, 군 주요 지휘관들 앞에서 지능형 스마트 부대가 드론봇을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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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사 전문가 토머스 릭스가 쓴 책 '제너럴스(The Generals)-위대한 장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제2차 세계대전의 조지 마샬 장군부터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까지 미국 육군의 기라성 같은 장군들의 리더십을 분석했습니다. 미군을 강하게 조직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도 장군이요, 자기 자리 챙기느라 미군 망친 것도 장군이었다는 점을 통찰했습니다. 이 책이 서두에서 소개한 “나쁜 군인은 없다, 다만 못난 장군만 있을 뿐”이라는 나폴레옹의 금언처럼 군의 만사는 장군에 달렸습니다.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지난주 첨단과학기술을 주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기술은 기술일 뿐, 중요한 것은 (장군의) 리더십(Technology is technology. Leadership matters.)"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세계의 고위 장교들을 불러 AI, 딥러닝, 머신러닝 등이 군에 어떻게 적용될지 토론을 벌이는데 미군 대표인 아퀼리노 사령관은 장군의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입니다.

장군은 군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고도의 위계적 사회인 군, 그리고 국가의 생사가 갈리는 전쟁에서 병사, 부사관, 초·중급 장교는 아무리 뛰어나도 장군의 수족입니다. 그만큼 장군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군의 장군론은 "어디서 얼마나 감축하냐"의 계산에서 맴 돌고 있습니다. 장군은 어떠해야 하며, 어떻게 양성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습니다. 대신 십수년째 AI, ICT, 사물인터넷, 드론 등 과학기술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미래 전쟁도 장군이, 인간이 한다…



인도는 매년 라지나 대화(The Rasina Dialogue)라는 안보 포럼을 개최합니다. 올해는 현지 시간 지난 1~4일 인도 뉴델리에서 분쟁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 하리 쿠마르 인도 해군참모총장, 코지 아먀자키 일본 통막 의장, 벤 케이 영국 해군참모총장,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 사령관 등 현역 고위 제독들이 패널로 나선 토론은 지난 4일 벌어졌습니다.

사회자가 "자율기술, 로보틱스가 안보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아퀼리노 사령관은 대뜸 "미래에 무인 항모 전단, 무인 전투 대형이 존재할 것 같은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답(自答)했습니다. 이어 "단기적으로 AI의 이점은 실시간 의사결정의 수단이지만, AI와 머신 러닝이 발달해도 군에는 인간적 차원,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군과 전투, 전쟁은 사람이 중심이고, 장군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토론장의 우리 장군들이 각인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어떤 작전과 훈련이든 모든 장병들을 가족들에게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모든 장병들이 무사하게 귀가하는 것은 사상자 없는 완전한 승리를 뜻합니다. 이를 위해 장군은 부대를 조직해 훈련시키고, 전투에 나아가 실효적으로 지휘해야 합니다. 장군의 전·평시 지휘가 무너지면 군도 무너집니다. AI가 할 수 없는 임무입니다.

국방혁신 4.0이 추구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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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의 군이 추구하는 국방혁신 4.0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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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의 군은 국방혁신 4.0을 모토로 세웠습니다.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을 기회로 활용해 AI 과학기술강군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3일 발표된 보도자료는 유·무인 복합체계와 신개념 무기체계 반영, AI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전 영역 통합작전,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를 활용한 경계작전 개념의 발전, 미래 전장을 주도할 AI 기반 핵심 첨단전력 확보 등을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군은 창조국방한다며 AI, ICT, 사물인터넷에 집중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군은 국방개혁 2.0 한다며 드론, AI에 몰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군은 국방혁신 4.0을 내걸고 제2의 창군을 하는 각오로 AI 과학기술강군을 육성하겠다는데, 아무리 봐도 이전 정부 군의 지향과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군은 AI, ICT, 딥러닝, 머신러닝, 사물인터넷, 드론 등 첨단기술의 최종 사용자(end user)입니다. 그것도 보수적인 사용자여야 합니다. 국민과 장병들의 생명, 그리고 안보가 걸린 사안이라 첨단기술들이 무르익어 안정화됐을 때 군에 본격 적용하는 것이 순서로 보입니다. 그때까지 군은 이런 첨단기술들을 맞춤하게 활용할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적절한 임무 같은데, 몇 발 더 나아가 개발자로 나설 태세입니다.

국방부 출입기자로 일하다 보면 우리 군의 간부들이 독도법도, 작전개념, 통신보안도 잘 몰라 허둥대 미군이 혀를 찼다는 한·미 연합훈련 후일담을 종종 듣습니다.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벌어지는 실전 훈련에서 일부 영관급 장교들마저 전투의 기본에 어두워 쩔쩔맸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우리 군은 전투형 강군이 돼야 합니다. 싸울 줄 아는 장병들로 군을 조직해야 합니다. 전투를 아는 병사, 부사관, 장교들을 키우려면 장군이 바로 서야 합니다.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군사적 천재(Der Kriegerische Genius)까지 기대하면 욕심이겠지만, 부대를 합리적으로 조직해 훈련시키고 용의주도하게 전투를 지휘해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장군이 우리 군에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장군들이라야 AI와 유·무인 복합체계를 군에 어떻게 접목할지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AI 과학기술강군 육성에 앞서, 훌륭한 장군 육성이 급선무 아닌지 군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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