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홈경기에서 모든 면에서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하며 3-0(25-17 25-20 25-22) 완승을 거뒀다. 승점 3을 추가한 대한항공은 승점 71(24승9패)로 승점 70 고지를 가장 먼저 돌파하며 현대캐피탈(승점 66, 22승11패)과의 승점 차를 5 차이로 확 벌리며 정규리그 우승의 가능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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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전만 해도 계양체육관의 분위기는 비장했다. 최대 승점 6 효과가 있는 경기답게 계양체육관에 마련된 2142석 모든 자리는 매진됐다. 양 팀 사령탑 역시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사전 인터뷰도 비장했다.
‘결전의 날이네요’라는 질문에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은 “네”라고 짧게 입을 뗀 뒤 “선수들에겐 무거운 얘기는 잘 안 했다. ‘고지전에 왔으니 한번 상대 고지를 밟아보자’라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What happen?(무슨 일이야?)”라고 놀라더니 “오늘 야구나 축구 중에 중요한 경기가 없는 것이냐”라고 농을 던졌지만, 이후 인터뷰는 진지했다. 그는 오늘 패하면 선두를 뺏긴다는 질문에 “다음 질문 없나”라고 웃은 뒤 “오늘 정말 중요한 경기다. 이 순간을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달려왔다. 저희 선수들 역시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다 안다.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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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뚜껑을 여니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경기 전 코트 위에 감돌았던 비장한 분위기와 치고박는 접전이 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대한항공의 일방적인 폭격쇼가 시작됐다. 시작은 링컨의 강서브였다. 링컨은 1세트에만 서브 에이스 3개를 몰아쳤다. 특히 16-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나온 링컨의 네 번의 서브 장면이 이날 경기 분위기를 명확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첫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곧바로 넘어온 공을 백어택으로 연결한 링컨은 그 다음 서브로는 세터 한선수의 다이렉트킬을 만들어줬다. 연달아 강서브로 현대캐피탈 리시브를 흔든 링컨은 마치 야구 선수가 강속구 두 개를 던지고 체인지업을 던지듯 느린 서브를 구사했고, 이에 타이밍이 흔들린 오레올과 전광인은 이를 받지도 못하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1세트를 압도적으로 잡은 대한항공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베테랑 세터 한선수의 능수능란한 토스워크 아래 대한항공 공격수들의 스파이크는 여지없이 현대캐피탈 코트를 때렸다. 반면 현대캐피탈의 팀 전체 공격성공률은 56.25%로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승부처 상황마다 리시브 범실이나 토스 범실, 이단 연결 범실 등이 쏟아져나왔다. 대한항공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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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뒤 패장 최태웅 감독 역시 완패를 인정했다. 최 감독은 “대한항공의 서브가 이렇게 잘 들어오는 것은 처음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이었다. 심지어 범실도 적었다. 우리가 특별히 부족했다기 보다는 상대에게 압도당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승장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 전에 말했던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을 선수들이 확실히 보여줬다. 우리 선수들이 어려운 순간, 중요한 경기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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