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 0.7명대로 추락 ‘점입가경’
2060년엔 국민연금 받는 인구, 내는 사람 추월
2078년엔 연금 가입자 두 명이 수급자 세 명 부양
'답보상태' 연금개혁…“노후 대체수익 만들어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후 빈곤을 막을 최후의 안전판인 공적 연금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오는 2060년이면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가 2020년 대비 43.3% 감소하면서 연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연금을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 가입자-수급자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연간 출생아 25만명 선 붕괴=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4.4%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지난해 0.81명에서 0.03명 줄어 0.7명대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다. 1974년 3.77명을 기록했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84년 1.74명으로 처음 1명대로 떨어졌고, 2018년에는 0.98명으로 0명대로 떨어졌다. 2016년부터 7년 연속 감소세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이탈리아도 1.24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0년 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극심한 저출생과 고령화로 전체 국민을 먹여 살릴 20~64세 인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반 토막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1년 OECD가 발행한 ‘한눈에 보는 연금(Pensions at a Glance)’ 보고서를 보면 2060년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대비 43.4% 감소할 전망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감소폭이 가장 크다. OECD 평균(-9.6%)과 비교해 격차가 심했다. 중국(-26.6%), 러시아(-22.6%) 등 비회원국을 통틀어 봐도 생산연령인구 감소속도에서 한국은 압도적 1위다.
▶2060년 국민연금 ‘수급자〉가입자’=국민연금 수급자가 가입자를 넘어설 날도 머지않았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199만명인 데 비해 연금 수급자 수는 527만명으로, 가입자 수가 수급자 수보다 4배가량 많다. 그러나 2040년 가입자 수는 1843만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수급자는 1160만명으로 늘어나고, 2060년이 되면 가입자(1251만명)보다 수급자(1569만명)가 더 많아진다. 낼 사람은 적은데 받을 사람은 많은 상태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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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자 수를 가입자 수로 나눈 값을 ‘제도부양비’라고 한다. 이 수치는 2078년 143.8%로, 최고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두 명이 수급자 세 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국민연금 재정이 남아날 리 없다. 지난 1월 말 발표된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지금부터 18년 후인 2041년부터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32년 후인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 재정추계에 비해 적자와 기금 소진시점이 각각 1년, 2년 앞당겨진 것이다.
이러다 보니 2023년 출생한 이가 생애 최고 소득을 올리게 될 50대 중반(2078년)쯤에는 소득의 최고 35%를 연금보험료로 부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5년 전 재정추계 당시에는 최고 30%였는데 5%포인트 더 올라갔다. 2078년에는 수급자가 가입자의 1.4배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수록 경제성장이 더뎌지면서 기금 투자수익률도 크게 오를 만한 요인이 없다. 실제 지난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022년 한 해 운용수익률로 마이너스(-) 8.22%를 기록, 79조6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해 수익률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래 가장 낮았다.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인기가 없어도 하겠다”고 했지만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진통 끝에 국민연금 모수개혁에서 구조개혁으로 선회한 탓에 현재로선 ‘답보’ 상태가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해서 ‘더 내고 덜 받는’ 혹은 ‘더 내고 동일하게 받는’ 방향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5차 추계에서 기금 소진시점이 2년 앞당겨진 건 미래 세대에 매우 큰 부담”이라며 “빨리 보험료율을 올리고 국민연금을 앞으로 적게 주는 것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법은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급여가 안정·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금보험료, 급여액, 급여의 수급 요건 등을 조정하는 계획을 수립 10월 말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이에 더해 적극적인 사적 연금 활용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개혁 이후 평균 소득자가 OECD 평균 수준의 노후소득대체율인 60%를 달성키 위해서는 사적 연금 적립률이 연소득의 15%, 운용수익률은 연평균 4%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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