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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난민선 난파 참사’ 시신 안치소 찾아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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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선박 난파 사고로 숨진 이주민 시신 수십 구가 안치된 서남부 칼라브리아주 크로토네시를 방문했다.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크로토네시의 팔라밀로네 체육관을 찾아 이곳에 놓인 희생자들의 관 앞에서 몇 분 동안 서서 조용히 기도했다.

세계일보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주 쿠트로 해변 인근에서 지난달 26일 난파한 난민 목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촛불 집회가 열려 한 소녀가 촛불을 밝히고 있다. 쿠트로=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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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지중해 횡단 난민에 대해 강경한 노선을 걷는 상황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정치적 논란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방문을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공식 성명도 내지 않았다.

지난주 튀르키예(터키) 서부 항구도시 이즈미르에서 유럽으로 가려는 중동과 남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을 태우고 출발한 목선이 지난 26일 크로토네시 앞 해안에서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탑승자 중 80명이 해변까지 헤엄쳐 목숨을 구했지만, 최소 67명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숨을 거뒀다. 사망자 가운데 10여명이 어린이였다. 쌍둥이 아기와 1살 미만 신생아도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사고 당시 목선에는 200명가량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이날도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부상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는 크로토네시의 병원도 방문했다. 그는 입원한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 선물도 가져왔다고 안사 통신은 전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이번 사고와 관련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탈리아에선 해안경비대가 사고 전날 밤 유럽연합(EU) 국경경비 기관인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으로부터 해당 선박에 대한 정보를 통지받고도 사고가 나기까지 6시간 동안 구조에 실패한 것과 관련해 책임 소재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탈리아에선 총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대통령은 의례적, 상징적 국가원수 역할만 한다. 하지만 의회에 원내 과반수 정당 혹은 정당 연합이 없어 내각 구성이 어려울 때 대통령은 직접 총리를 지명하는 등 중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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