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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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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광장] ‘에너지업계의 테슬라’ 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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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테슬라의 전기차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세계적인 ‘워너비’ 아이템이 됐다. 전기차 개발 초기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을 뛰어넘는 성공을 보이자 모두 ‘테슬라 따라잡기’에 매진하고 있다.




테슬라처럼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테슬라와 유사한 행보를 걷는 게 있다. 바로 ‘SMR(Small Modular Reactor)’이다. SMR은 원자로를 비롯한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소형 모듈형 원자로’다. 많은 장점이 있어 테슬라의 전기차처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다. 이러한 주목성 외에도 테슬라 전기차와 SMR은 닮은 점이 많다.

첫 번째는 ‘단순함’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단순하다. 엔진이 아닌 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무게가 큰 엔진 관련 부품들이 필요 없다. 게다가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는 차량 모델 또한 몇 개 없다. 유지 보수 또한 간단해 정비소에 갈 일도 적다.

SMR도 구조가 단순하다. 대형 원전 대비 크기가 10분의 1 정도로, 바다 위의 배에도 실을 수 있다. 대형 원전보다 출력이 낮아 이를 취급하는 기기와 원자로 시스템 크기가 작다. 대형 원전처럼 원전이 들어설 장소에 건설하는 게 아니라 모듈화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기기를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어 공사기간도 줄일 수 있다. 테슬라가 단순한 공급망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했다면 SMR은 단순화·공정화를 통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추구한다.

두 번째는 ‘친환경적’이다. 전기차는 전기 생산 방식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이동 수단이다. SMR도 전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특히 날씨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과 풍력 등을 보완해줄 수 있다.

대형 원전은 덩치가 커서 유연하게 출력을 조절하기 힘들지만 SMR은 가볍게 뛰어다니는 경량급 권투선수처럼 출력 변화가 훨씬 쉽다. 여러 개 모듈의 전원을 개별적으로 끄고 켤 수 있어 전기 소비 패턴에 맞춰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미래지향적’이다. 테슬라가 꿈의 자동차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완벽한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미래 자동차에 대한 그림을 가장 먼저 보여줬다. SMR 역시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청사진을 보여준다. SMR은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전력 생산 이외의 산업에도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다. 또한 우주·해양·극지 등 다양한 국가 전략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 단순한 구조라는 장점에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등 미래 혁신기술들이 접목되면 무인운전도 가능하다.

실제 미국 원자력기업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가 개발하는 SMR은 하나의 제어실에서 6개의 원자로를 관리할 수 있게 설계됐다. 자율운전에 한 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시대가 눈앞에 와 있듯 SMR의 시대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SMR이 20년 가까이 연구됐지만 경제성이 없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테슬라와 닮아 있는 SMR이 곧 에너지업계의 강자가 될 것을 믿는다. SMR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연구자들을 응원한다.

이영준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책연구부장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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