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던 세종시마저 초저출산 지역으로 들어섰다. 전국에서 가장 아이 키우기 좋은 지방자치단체로 꼽혀온 세종시의 출산율 하락에 전문가들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은 1.12명으로 전년 1.28명 보다 0.16명 하락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15-49세)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선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인 경우를 초저출산 사회로 분류한다. 2015년 1.89명을 기록한 이래 세종시의 합계출산율도 계속 떨어졌지만 2020년과 2021년에 2년 연속으로 1.28명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출산율이 더욱 떨어졌고, 반등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조성되며 공무원들이 모여든 세종시의 경우 그간 저출산 대책의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공무원들의 육아휴직 기간(3년)이 자리를 잡고 있고, 일반 직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육아시간 등을 도입해 임신한 공무원과 가족들을 배려해왔다. 이를 통해 만 5세 이하 자녀를 가진 공무원은 24개월간 하루 2시간 단축근무가 가능하다.
임신한 여성 공무원이 1일 2시간의 범위에서 휴식이나 병원 진료 등을 위해 모성보호시간도 보장 받는다. 이는 근로기준법상에도 임신 12~36주 사이 여성근로자라면 보장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 직장에선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게다가 세종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첫째 자녀 출산시에도 120만원을 지원해줬고, 어린이집도 수준 높은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출산 관련 복지 등의 혜택은 지금까지 꾸준히 개선돼왔다"면서 "현재 세종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역시 출산율이 떨어진 것을 보면 우리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 안팎에선 2021년 5월 없어진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코로나19 사태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세종시에서 근무 중인 한 공무원은 "거리두기 등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들의 대면기회가 적어진데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젊은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특공 혜택이 사라지면서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못한게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세종시도 피하지 못한 초저출산을 두고 그간의 인구대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무원을 포함한 젊은 세대가 결혼이나 출산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영 숙명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결혼이나 출산을 하고 싶지만 여건이 어려운 이들에게 유인책을 마련해주는 대책을 추진해왔다"면서 "하지만 젊은세대는 이제 결혼이나 출산 등 가족을 새로 꾸리는 일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존 대책이 통할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보다는 혼자서도 살만하다고 느끼는 젊은층이 많아진 것 같다"며 "(기존과 다른 새로운)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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