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64명 중 신원 파악 안된 시신만 41구
난민선 난파 사고 희생자들의 관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60개가 넘는 관이 이탈리아 서남부 칼라브리아주 크로토네시의 팔라밀로네 체육관을 채웠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크로토네시 앞 해안에서 이주민을 태운 목선이 난파해 최소 64명이 숨지자 크로토네시가 이곳을 임시 시신 안치소로 활용한 것이다.
코로토네시 당국과 크로토네 경찰서는 3월 1일부터 팔라밀로네 체육관을 일반에 공개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공간으로 삼을 계획이다.
28일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는 관 64개가 3줄로 나뉘어 나란히 안치돼 있다. 성인은 갈색관에, 아기는 5개의 작은 흰색관에 모셔졌다.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관에 성과 이름이 적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관이 더 많다.
현재 사망자 64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23명에 불과하다. 이중 아프가니스탄 국적이 22명이고, 나머지 1명은 시리아 국적이다.
관에는 'Kr40M28'과 같은 일종의 표식이 달려 있다.
Kr는 크로토네의 약자이고, 40은 40번째로 시신이 발견됐다는 의미다. M은 성별이 남성이라는 뜻이고, 28은 나이다.
일반 공개를 앞두고 팔라밀로네 체육관에는 희생자의 친척들이 생사 확인을 위해 몰려들고 있다.
알란이라는 아프가니스탄 태생의 남성은 로이터 통신과 만나 고모가 사고 선박에 탑승했다는 소식을 듣고 독일 서부 겔젠키르헨에서 찾아왔다고 전했다.
알란은 경찰이 보여준 사망자 사진을 확인한 뒤 고모와 고모의 네 자녀 중 셋이 숨졌다는 것을 알았다. 나머지 자녀 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아기 시신이 든 흰색 관 위에 놓인 장난감 트럭 |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크로토네 경찰서로 유럽 전역에서 희생자·생존자 확인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들의 가족과 친척, 친구의 이름을 대면서 사고 선박 탑승자가 맞는지, 맞는다면 생사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주 튀르키예(터키) 서부 항구도시 이즈미르에서 유럽으로 가려는 중동과 남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을 태우고 출발한 20m 길이의 목선이 크로토네시 앞 해안에서 바위에 부딪혀 좌초하면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64명이고, 이 가운데 10여명이 어린이였다. 쌍둥이 아기와 1살 미만 신생아도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해변까지 헤엄쳐 살아남은 80명 중에서도 20명가량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이 위독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마다 진술이 엇갈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탈리아 해경은 사고 선박에 200명가량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전날 밤 유럽연합(EU) 국경경비 기관인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은 해당 선박이 크로토네 해변에 약 75㎞ 거리까지 접근한 것을 파악하고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이를 통지했다.
이때가 25일 밤 10시 30분으로, 해안경비대는 경비정 2척을 보냈으나 파도가 거세 난민선에 접근하지 못하고 항구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약 6시간 뒤인 26일 오전 4시 10분 난민선은 바위와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알란의 사촌인 테이모리 모하마드는 "그들의 머리 색깔이 검은색이라서 구조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만약 그들이 푸른 눈동자를 지닌 사람이었다면 그냥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선 난파사고 실종자 수색 준비하는 伊 구조대원들 |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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