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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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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앞세워 차별성 드러낸 국민의힘 대구 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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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산업화 주역 박정희 배출한 곳”

천하람 “박정희 문패만 걸린 퇴락한 고택”

안철수, 대구 코로나19 의료봉사 경험

경향신문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황교안·천하람·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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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28일 보수 핵심 지역인 대구에서 각양각색 ‘박정희 정신’ 해석을 내놨다. 영남에 뿌리를 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앞세워 구애하면서도 저마다 특색을 드러냈다. 대구·경북(TK) 당심에 호소하는 언어도 ‘정통 보수’부터 ‘미래지향적 개혁’까지 차별성을 나타냈다. 김기현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과의 연대를 내세웠고, 다른 주자들은 김 후보의 ‘울산 땅투기 의혹’을 잇달아 공격했다.

김 후보는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을 세계 선진국으로 만든 산업화의 주역, 위대한 박정희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라며 대구·경북을 추켜세웠다. 대구·경북은 국민의힘 당원 가운데 21.03%를 차지해 수도권(37.79%) 다음으로 많다. 이날 연설회는 오는 3일 수도권 연설회를 제외하면 마지막 지역 순회 연설회였다. 당원 5000여명이 모였다.

김 후보는 “성실한 서민들의 힘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뤄낸 박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날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보수를 살리는 대구·경북의 정기를 더 크게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항, 경북 반도체 산업 및 바이오 산업 육성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했다.

천하람 후보도 ‘박정희’를 앞세웠지만 맥락은 사뭇 달랐다. 천 후보는 “지금 대구·경북은 박정희 문패만 걸린 퇴락한 고택”이라며 “박정희 이름에 집착하지 말고, 왜 사람들이 박 대통령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고찰하라”고 말했다. 영남 산업 발전이 쇠락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박 전 대통령 이름만 되뇌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천 후보는 “지금 구미의 LG디스플레이 P5 공장이 폐쇄됐고, 삼성전자가 구미 수출의 견인차에서 베트남 수출의 견인차가 된 지는 이미 오래”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구미가 다시 한번 산업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대구·경북을 “국민의힘의 뿌리이자 보수의 심장”이라고 부르며 “제 뿌리는 경북 영주”라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의 본관은 영주 순흥 안씨이다. 안 후보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대구에서 의료봉사한 경험을 강조하며 “저와 기저질환이 있던 아내는 대구로 와서 목숨을 걸고 20일간 의료봉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당대표 후보는) 어떻게 더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 정당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대통령의 3대 개혁과 국정운영을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혁성을 내세웠다.

황교안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밤잠 설쳐가며 뼈저리게 느낀 그 고통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며 “이승만,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정신을 계승해서 보수 가치가 분명한, 정통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부동산 의혹에 대한 공세도 계속됐다. 안 후보는 “우리가 내년 총선 전날까지 도덕적인 문제로 공격당한다면 내년 총선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황 후보도 “김 후보가 우리 당대표가 되는 순간 민주당이 쾌재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회에는 나 전 의원이 참석했다. 김 후보에 대한 지지 성격이다. 나 전 의원은 “이제라도 우리 당이 나아갈 방향을 바로잡고 달려가길 바란다”며 김 후보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나 전 의원은 “만약 울산땅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 당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냥 넘어갔겠느냐”며 김 후보를 옹호했다.

천 후보는 연설에서 “저 자리에 앉아계신 나 전 의원을 쫓아내고 권력에 줄 서는 연판장에 서명한”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 이름을 한 명씩 부른 뒤 “대구·경북에 일자리가 돌아오고 젊은 세대가 다시 한번 희망을 가지는 더 강력한 리쇼어링(생산시설 복귀) 법안을 대통령에 촉구하는 연판장을 쓰자”고 했다.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막아놓고 이제는 ‘김·나 연대’(김기현·나경원 연대)를 내세우는 이중성을 지적한 것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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