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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징병 피해 탈출한 러시아인 2명 난민심사 허용에 법무부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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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제징집을 피해 도피한 러시아인들이 인천공항에서 생활하고 있다.|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의 군사동원 명령을 피해 한국으로 도피한 러시아인 중 일부가 난민심사를 받게 해 달라며 낸 1심소송에서 승소하자 법무부가 항소했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30대 A씨 등 러시아인 2명의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과 관련해 28일 인천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한 인천지법의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이날 러시아인 3명 중 2명에 대해 항소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법무부는 아직 항소이유서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인천지법 행정1단독 이은신 판사는 러시아인 3명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A씨 등 2명에게 원고 승소 판결했다. 나머지 1명은 이중국적자로 확인돼 기각했다.

이 판사는 “징집거부가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면 박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난민심사를 통해 구체적인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씨 등 3명은 지난해 10월 전쟁 동원령이 내려진 러시아를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난민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를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법무부는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4개월 넘게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대기실에서 사실상 노숙 생활을 했다. 이날 법무부는 1심에서 승소한 A씨 등 2명의 입국을 허가했다. 다만 주거지를 인천공항 인근 외국인지원센터로 제한했다.

한편 미국 CNN 방송은 지난해 9월 러시아 정부가 징집 명령을 내린 후 러시아를 탈출한 5명의 남성들이 한국 당국의 난민 수용 거부로 몇 달 동안 인천공항에서 사실상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이후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징집령이 발표되자 러시아 사람들은 대규모 탈출을 강행했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거나 비행기 표를 구매해 해외로 도피했다. 2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조지아, 카자흐스탄, 유럽 등으로 이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전과가 없는 60세 이하의 남성은 모두 징집 대상이다. 전장에서 전투를 거부하는 군인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지하 시설에 구금되며 탈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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