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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로 확대된 SKB-넷플릭스 분쟁… “빅테크, 망 사용료 내라” 입법 추진

조선비즈 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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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로 확대된 SKB-넷플릭스 분쟁… “빅테크, 망 사용료 내라” 입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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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2021년 11월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2021년 11월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한국에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망 사용료 관련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빅테크 기업들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빅테크가 망 사용료를 통신사들의 투자비를 분담하는 형태로 내게 하는 게 목표다. 그런데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와 더불어 유럽시민자유연맹 등 비영리단체(NGO)들은 반대 입장을 낸 상황이어서 유럽에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또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각)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회 역내시장 담당 전문위원은 ‘MWC 2023′ 기조연설에서 “며칠 전 EU 집행위원회는 망 이용료 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며 “막대한 (네트워크)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에도 “통신사들의 인프라 투자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누가 그 돈을 지불해야 하느냐”는 글을 올리면서 넷플릭스 화면을 캡처해 첨부했다.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가 통신업체들의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EU 집행위원회는 ‘통신산업 대전환을 위한 세 가지 정책 방안’으로 EU 회원국이 제도를 정비하고, 통신사업자가 투자를 늘려 광케이블망을 확장하되, 빅테크 기업이 통신사업자의 투자 비용을 일정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집행위원회는 지난 23일부터 12주 동안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연결 인프라 법안(Connectivity Infrastructure Act)’ 제정을 위한 초기 절차다. 의견 수렴 후 법안 초안을 만들면 EU 의회, EU 정상회의 등을 거쳐 제정되게 된다.

브르통 위원은 “법안이 올해 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빅테크에 투자비용 분담 의무를 지우는 법안이 순조롭게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는 이같은 방안에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인터넷 시장이 환경변화에 따라 스스로 적응하고 있기 때문에 발신자 네트워크 부담 방식(SPNP·sending party network pays) 도입을 위해서는 적절한 명분이 필요하며, 이를 도입하면 또 다른 규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트래픽 증가에 따라 증가되는 비용이 전체 비용 대비 낮은 데다, CP(콘텐츠제공자)와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관계는 상호의존적이라는 게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의 입장이다. 또 “망을 설치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일반적으로 ISP에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으로 충당된다”며 “이에 따라 CP가 ISP에 무임승차(free-riding)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회 전문위원 트위터 캡처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회 전문위원 트위터 캡처



EU의회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공존한다. 54명의 EU의회 의원들은 작년 7월 CP가 ISP에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은 오랫동안 지켜온 망중립성의 원칙을 폐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반면, 48명의 의원들은 집행위원회의 입법 추진을 환영한다며 신속하게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며 공식 서한을 냈다.


집행위원회는 EU의회 의원 절반 이상이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법안 통과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EU의원들의 서한에 대해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빅테크 기여에 관한 이슈는 망중립성을 통해 접근할 필요가 없다”며 “집행위원회 또한 망중립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이 망중립성 원칙을 근거로 들며 빅테크가 통신사들에게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 지불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망 투자비용의 공정기여와 관련된 EU의 정책은 아직 초기단계로 아직 구체적인 규제 방안이 제시되진 않았다”며 “공개의견 수렴 이후 구체적인 입법안의 형태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의 주요 통신사들을 제외하고 소규모 통신사 및 콘텐츠·어플리케이션 제공 사업자들은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으며, CP가 ISP에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에 대해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가 부정적 의견을 표명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U 동향은 국내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에는 EU보다 먼저 빅테크 기업들의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7건 발의됐다. 하지만 양측의 팽팽한 접전으로 논의가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하지만 EU의 조치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입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네트워크 트래픽을 분석한 것에 따르면 구글은 27.1%, 넷플릭스가 7.2%를 차지해 전체 이용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놓고 2020년 4월부터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6월 1심 재판부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가 항소하면서 현재 2심을 진행중이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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