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0년 동남아의 오바마, 내년에 퇴임
내년 대선 부통령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인기
현대차 완성차 공장 설립 평가…인도네시아에 새로운 이정표
“자원부국에서 기술·인적자원 부국을 향해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오른쪽 세 번째)이 16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국제 모터쇼(IIMS)의 현대차 부스를 찾아 크레타 다이내믹 블랙 에디션을 살펴보고 있다. 자카르타=현대차 인도네시아 판매법인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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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이지만, 내년 대선에서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출마설이 곧잘 제기될 정도로 국민적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아세안의 범주를 벗어나는 외교적 수완을 보이면서 국제적 입지도 탄탄하게 다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의 대통령으로서 그 이전의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나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와는 달리, 군정 2년을 넘기고 있는 미얀마 사태 해결에도 이정표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민주주의와 언론의 성숙도가 높은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으로서 소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남미와 다른 한국과 대만의 성공에서 배우자”
이런 평가를 받는 조코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한국을 모범 국가로 언급했다. 외국 정부 수반이 한국을 모범 국가로 언급한 사례는 많지만, 조코위 대통령의 발언은 눈에 띈다. 재임 중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인물이고, 그만큼 한국 문화와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동부 칼리만탄 발릭빠빤에서 열린 이슬람단체 무함마디야 청년회의 행사 연설에서 한국과 대만을 거론하며, 인도네시아가 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대만은 다른 나라들과 다른 성장궤도를 탔다는 게 조코위 대통령의 평가였다. 그는 비교를 위해 남미를 거론했다. 1950∼60년대 발전된 문물을 구가했던 남미 소재 국가들은 지금도 개발도상국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마주한 현재의 상황에 대해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인지 인적자원 개발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인도네시아 국제 모터쇼(IIMS)의 현대차 부스에 전시된 전기차 아이오닉5의 모습. 자카르타=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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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원자재 등 자원이 부족한 한국과 대만은 이들 국가의 원자재를 활용하며 경쟁력을 키웠다고 조코위 대통령은 설명했다. 조코위 대통령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은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을 키웠다. 인도네시아도 개발도상국 위치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는 개도국에 만족해서는 안 되며,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대만이 보여준 것처럼 원자재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원자재 수출 지양…전기차 생태계 구축은 기회
콤파스 등 인도네시아 언론에 소개된 내용을 보니, 조코위 대통령의 발언은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언급하면서 나왔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올해 말이면 2억8000만 명에 이르고, 이들 중 15∼30세 인구는 6630만 명에 달한다. 그러기에 젊은 세대가 많은 특성을 활용해 인도네시아가 가까운 장래에 선진국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조코위 대통령의 강조 사항이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16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모터쇼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자카르타=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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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을 향한 인도네시아의 전진을 강조한 조코위 대통령의 연설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비축하고 있는 자국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보다 강력하게 표출됐다. 전기차 시장의 생태계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에 거대한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니켈, 구리, 주석 등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모두 갖고 있다”며 “전기차 생산의 생태계가 구축되면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필요로 하는 전기차 부품을 생산해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등 전기차 생산을 위한 원자재가 인도네시아에 있으니, 다른 나라들이 인도네시아에 의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2일(현지시간) 보고르 소재 대통령궁에서 악수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 대통령궁 제공·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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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에서 획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천연자원을 더 이상 해외로 수출하는 관성을 폐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내수 자원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최대치로 높이고, 기술 선진국이 자국 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자는 제안이다. 인도네시아는 조코위 대통령의 의제에 따라 니켈원광의 수출을 금지하는 등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해 왔다. 6월부터는 보크사이트의 수출을 금지하는 등 주요 원자재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보다 본격화한다.
◆“아이오닉5 생산, 현대차 고마워요”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풍부한 자국의 원자재 비축 여건을 설명하면서 한국·대만에서 배우자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는 당시 “남미 국가들은 50년 넘게 개발도상국이지만, 기술력을 구비한 한국과 대만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한국·대만의 성공사레에 대한 그의 평가와 그의 뇌리에 강력하게 각인돼 있다는 이야기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21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할림군사공항에서 터키 지진 희생자를 돕기 위해 구호품을 보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카르타=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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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16일엔 자카르타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에서 현대차 부스를 찾아 아아노닉5 제품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는 조코위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일련의 현대차에 대한 애정 표시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자카르타 인근 버카시에서 현대차 공장 준공식에 참여해 현대차의 전기차 크레타 수출과 아이오닉5 생산을 축하했다. 그는 당시 “아이오닉5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의 투자와 전기차 생산이 인도네시아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지난해 7월엔 짧은 한국 방문 일정 와중에 경기도 화성에 소재한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아세안에 생산거점 마련을 위해 완성차 공장을 설립한 현대차를 향한 인식과 애정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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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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