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차·배터리 등 핵심산업 인력부족에 ‘흔들’
외국인 채용 고심도…신사업 기술인재 부족해
생산연령인구 비중 2020년 72%→2050년 51%
[헤럴드경제=김지윤·김은희·한영대 기자] # 국내 조선사 및 협력 업체 20여곳은 최근 정부와 손잡고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취업설명회를 열었다. 인력 부족을 겪는 조선업체와 일자리를 구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연결한다는 취지였다. 조선사의 생산기지가 밀접한 울산에선 고령자나 여성을 공공형 일자리와 연계해 조선업에 투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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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지의 자동차 회사에서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한 임원은 최근 ‘인재 영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른바 유망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가 공격적으로 SW 인력을 채용하면서 개발자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제조업을 넘어 전자·IT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SW 인재가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공통된 생각에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생산연령 인구 감소로 제조 현장부터 첨단산업 연구·개발(R&D)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청년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국내 합계 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0.78명을 기록한 가운데 젊은 노동력의 부족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급속한 고령화로 오는 2050년에는 우리 경제가 0%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제기된다.
저출산의 위기는 생산연령 인구 감소를 초래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현장 곳곳에서는 청년 인력 부족 현상이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고령화가 경제 성장률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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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산업 곳곳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부족인원은 2019년 하반기 5만8521명에서 지난해 하반기 13만1984명까지 확대됐다.
특히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은 확보한 수주는 많지만, 막상 배를 만들 사람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발간한 ‘2022년 조선해양산업 인력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인력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9만5030명으로 2014년 20만3441명 대비 약 53% 감소했다. 조선업 물량이 급감한 2016년 이후 인력을 감축한 여파다.
조선업의 생산직 필요인력은 지난해 3분기에만 8239명 모자랐는데, 올해 3분기에는 부족 인원이 1만2872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업무강도와 낮은 임금, 열악한 업무 환경 등으로 구직자들이 조선업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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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을 때 기능인력이 건설, 플랜트 등 다른 분야로 많이 이직했다”며 “2026년까지 주요 조선소 독(dock)이 다 찬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의 인력 부족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심화하는 추세다. 높은 업무 강도, 낮은 임금, 열악한 업무 환경 등 직종별 정보는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 자주 언급되는 단골 소재다. 구직자들이 특정 직종을 기피하는 이유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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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전기차 시대로 전환을 앞두고 미래차 관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완성차 관계자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며 관련 기술 개발이 시급하지만, 당장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미래차 수요와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향후 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력 양극화도 문제다. 미래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기존 내연기관 산업 인력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미래차 보급이 확산하면서 2030년까지 국내에서 기존 내연기관 부품 기업의 약 30%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직무 전환 훈련, 기존 인력 재교육 등을 통한 인력 재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첨단산업 분야 인력난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031년까지 약 10년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반도체 인력은 5만명 규모다.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며 고속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업계는 인력 부족에 늘 상시채용의 문을 열어뒀다. 두 산업군은 국내 대학과 연계해 ‘학부부터 박사까지 전액 학비·장학금 지원, 채용 보장’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수십명 수준에 그치는 졸업생 수를 고려하면 중장기 전문 인력 확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 소재, 에너지 등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석화업체도 고민이 많다. 화학바이오산업 인력자원개발위원회 관계자는 “기존 석화 사업의 경우 신규 필요 인력을 적정한 선에서 충원하고 있어 인력난이 심하지 않지만, 신산업 분야에선 해당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자본 공급보다 생산성 둔화가 경제 성장률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지목된다.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젊은 노동인구의 감소로 경제 활력은 물론 기업의 경쟁률도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잇따르는 이유다. 서울 5호선 광화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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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장기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장기경제성장률은 2%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서 2050년 0.5%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보고서는 경제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노동 공급 감소를 지목했다.
2000년대에는 자본 공급이 경제성장률 하락을 좌우했다면, 2010년대 들어서는 생산성 둔화가 중요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0년 72.1%에서 2050년 51.1%로 급격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노동인구의 감소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점도 문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성세대와는 다른 의견을 내는 청년이 주요 산업군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구조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인구구조 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외 개방, 규제 합리화 등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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