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활동 1회 제한…위반 시 최대 6천700만원 벌금·선박 몰수도 가능
국경없는의사회 "생명 구했다는 이유로 처벌, 용납할 수 없어"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에 탑승한 이주민들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의회가 국제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난민 구조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승인했다.
상원이 23일(현지시간) 찬성 84표, 반대 61표로 정부의 법령을 가결했다고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지난주 하원에서도 통과된 해당 법령은 국제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의 구조 활동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새로운 법에 따라 난민 구조선은 지중해에서 표류하는 유럽행 이주민을 구조한 뒤 지체 없이 지정된 항구로 향해야 한다.
또한 난민 구조선을 운영하는 국제구호단체는 구조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규정을 위반하면 해당 선박의 선장에게 최대 5만 유로(약 6천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반복해서 위반할 시에는 선박을 몰수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난민 구조선은 지중해에 며칠간 머무르며 여러 차례 구조 활동을 통해 수백 명을 태운 뒤 이탈리아 정부에 입항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동안의 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됐다. 지정된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추가 구조 활동은 불가능해졌다.
상원 표결 몇 시간 뒤 '지오 베런츠'호를 운영하는 국경없는의사회(MSF)는 20일간의 활동 정지와 1만 유로(약 1천384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고 전했다.
MSF는 지난주 지중해에서 이주민 48명을 구조한 뒤 이탈리아 중부 안코나 항구에 정박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구조 활동에 대한 정보 누락을 처벌 사유로 댔다.
MSF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어떤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생명을 구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구조선의 존재 자체가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위험한 지중해 항해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니콜라 몰테니 내무부 차관은 "이민이 통제되지 않으면 착취, 강제·불법 노동을 낳는다"고 말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 구조선의 활동을 제약하면 지중해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며 법령 철회를 요구해왔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탈리아 정부가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잘못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구조선이 주로 활동하는 지중해 중부에서 멀리 떨어진 항구를 잇달아 배정해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난민 구조선의 연료비 부담 등 구조 활동에 수반되는 비용이 대폭 증가했다.
그 결과 최근 지중해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는 난민 구조선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아프리카 북부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상륙하는 이주민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1만2천667명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이상이다.
실종이주민프로젝트에 따르면 올해 최소 157명이 지중해 중부를 건너다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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