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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우크라전 1년…바이든이 '몰도바' 각별히 챙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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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대통령 회동해 "영토보전 강력 지지"…연설서도 콕집어 언급

경제난·친러 세력에 불안 고조…"제2의 우크라 우려" 나토·EU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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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과 산두 대통령
(브뤼셀=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회동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3.2.23 photo@yna.co.kr [출처=산두 대통령 페이스북.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산두 대통령께서도 이 자리에 계십니다. 어디에 계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과 자유를 사랑하는 몰도바인들과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녀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연설 중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을 콕 집어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청중 사이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당시 연설은 1주년을 앞둔 우크라이나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한국 언론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은 대목이다.

그러나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가 관심을 두고 지켜봤을 이날 연설에서 그의 이 한마디에는 적지 않은 함의가 담겨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이라는 중대 분기점을 앞두고 서방의 단일대오를 과시하기 위해 찾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최전선 폴란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도, EU 일원도 아닌 몰도바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몰도바 챙기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같은 날 산두 대통령과 별도 회동을 해 "몰도바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또 "몰도바가 민주개혁 의제와 에너지 안보를 포함한 정치적, 경제적 회복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영향을 해결할 수 있도록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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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몰도바 친러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
(서울=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불안감이 고조된 몰도바 내 '친러' 장악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녜스트로비예).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껴 있는 몰도바는 국토 면적이 한국의 3분의 1 정도로, 인구도 약 260만 명에 그친다.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 면적이 몰도바보다 20배가량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다. 유럽 최빈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제는 작고 힘없는 이 나라가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직·간접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선 몰도바의 불안정한 내정과 연관이 있다.

몰도바 동부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과거 소련의 작은 공화국 중 하나로, 2차 세계대전 중 몰도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 편입됐다.

그러나 옛소련 해제 직전인 1990년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하며 내전을 일으켰다. 몰도바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해 현재도 법률상 몰도바 영토로 간주된다.

당시 내전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중단됐지만, 이후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트란스니스트리아에 1천500명가량의 러시아 병력이 주둔 중이다.

지난 30년간은 사실상 폭력 사태가 없었지만, 러시아가 이른바 '돈바스 해방'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것처럼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지렛대 삼아 몰도바를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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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국경검문소 피란민들 (CG)
[연합뉴스TV 제공]



현재 친서방 정권이지만 야권은 친러 성향인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경제난도 몰도바 정부를 흔들고 있다.

몰도바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극심한 전력난을 겪었다. 물가도 폭등했다.

결국 이달 중순 경제학자 출신인 나탈리아 가브릴리타 전 총리는 경제 여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체면을 구긴 러시아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몰도바를 '제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받은 공작원을 몰도바에 잠입시켜 정권 전복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유럽 순방 중 러시아가 몰도바를 우크라이나처럼 점령하려는 계략을 꾸몄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엔 흑해의 러시아 전함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이 몰도바 영공을 통과하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1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21일 친러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몰도바 주권'을 보장해주던 포고령을 전격 철회한 것도 시기적으로 묘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뿐 아니라 EU는 물론 나토 차원에서도 몰도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는 작년 6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몰도바에도 가입후보국 지위를 부여했고, 경제적 지원을 잇달아 발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몰도바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준 교훈은 러시아의 침공에 취약한 나라들을 가능한 한 빨리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24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1주년을 맞았지만,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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