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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어도 물가 더 뛰니… 실질소득 2분기 연속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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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어도 물가 더 뛰니… 실질소득 2분기 연속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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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2년 4분기 가계동향’

가구 월평균 소득 483만원… 4.1%↑
고물가 충격에 실질소득 1.1% 줄어

월평균 소비지출 269만원… 5.9%↑
물가 반영 땐 4분기째 0%대 증가율

연료비 16.4%·이자 비용 28.9%↑
모두 통계 이래 역대 최대 증가폭

가계 흑자액도 2분기 연속 감소
소득 하위 20%, 35만원 적자 살림
고물가 충격으로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제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많다는 의미로, 전 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난방비와 이자 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고물가는 저소득층에 더 큰 악영향을 끼쳤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비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35만원 적자로 살림을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4.1% 늘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소득이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 등에 힘입어 늘어났지만, 고물가 탓에 실질소득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뉴스1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소득이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 등에 힘입어 늘어났지만, 고물가 탓에 실질소득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뉴스1


구체적으로는 근로소득이 312만1000원으로 7.9% 늘었고, 사업소득은 101만8000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사업소득이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은 인건비와 원자재값 상승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소득은 2021년 지급됐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이 사라진 영향으로 5.3% 감소했다.

소득이 4% 이상 늘었지만, 물가 상승 폭이 더 컸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대비 1.1% 감소해 전 분기(-2.8)에 이어 2분기 연속 줄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지난해 고물가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소득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상황은 가계지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6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6.4% 늘었다. 항목별로는 소비지출(269만7000원)이 5.9% 증가해 4분기 기준으로 2009년(7.0%)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0.6%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4분기 연속 0%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고물가로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실질적인 소비지출은 둔화했다는 의미다.


지출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1년 전보다 6.0% 증가했다. 특히 전기요금·가스요금 등 냉·난방비가 포함된 연료비 지출이 16.4% 급증해 1인 가구 포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난방비 부담이 그만큼 컸다는 분석이다.


교통비 지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4% 늘었는데, 이 가운데 자동차 기름값 등이 포함된 운송기구 연료비가 9.1% 증가했다. 항공요금을 포함한 기타운송비 지출은 56.5%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부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오락·문화(20.0%), 음식·숙박(14.6%), 교육(14.3%) 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비소비지출도 크게 늘었다. 세금이나 이자 비용을 뜻하는 비소비지출은 92만8000원으로 8.1% 증가했다. 이는 4분기 기준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다. 이자비용 지출만 놓고 보면 28.9% 급증하며, 2006년 이래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자비용 증가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분석된다. 금액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에서, 증가율로 보면 기타 신용대출에서 각각 지출폭이 컸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와 연간 지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와 연간 지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4분기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실제 처분가능소득은 390만5000원으로 3.2%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120만9000원)은 전년동기 대비 2.3% 줄어 2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도 소비지출이 그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이다. 가계 흑자율도 30.9%로 1.7%포인트 하락했다.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했다. 1분위의 가계수지는 35만원 적자를 기록, 전 분위 통틀어 유일한 마이너스를 보였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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