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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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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 첫 창극 ‘정년이’…여성 소리꾼의 욕망·연대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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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첫 창극 <정년이>의 연습 장면. 국립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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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을 부풀리고 영역을 확장해온 창극이 마침내 웹툰까지 무대로 포섭해냈다. 국립창극단이 다음달 17일부터 29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신작 <정년이>는 같은 이름의 인기 웹툰(글 서이레·그림 나몬)을 원작으로 한다. 1950년대 인기를 끈 전통 음악극인 여성국극을 소재로, 소리 재능을 타고 난 목포 소녀 윤정년과 소리꾼들의 애환과 연대를 그렸다.

전통 판소리가 음악극으로 변모하면서 20세기에 새로 정립된 창극은 지난 10년간 거침없이 영역을 넓혀왔다. 그리스 비극과 셰익스피어 희곡은 물론, 중국 경극과 구전설화 등 다양한 소재를 흡수하며 젊은 층이 폭넓게 공감하는 장르로 진화했다. 신작 <정년이>는 웹툰을 창극에 담는 첫번째 시도란 점에서 창극의 또 다른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젊은 여성들이 이 작품에 빠져들고 열광한 이유는 여성 주인공들의 성장 서사를 다루되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응원과 연대의 메시지를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봤어요. 이것들을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오려고 해요.” 23일 국립극장에서 진행된 창극 <정년이> 제작발표회에서 극본도 담당한 남인우 연출의 얘기다. 그는 "여성국극은 한국전쟁 때도 맥을 이어가며 여성 소리꾼들의 연대의 힘을 보여준 예술 장르"라며 "이를 소재로 한 창극을 소리꾼들과 함께 만들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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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4년 동안 네이버에 연재돼 인기를 끈 웹툰 <정년이> 네이버 제공


2019년부터 4년간 137회에 걸쳐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 <정년이>는 최고 소리꾼을 꿈꾸는 윤정년이 1950년대 인기를 끌던 여성국극단에 입단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여성국극은 소리와 춤, 연기가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여성이 모든 배역을 연기한다. 이 작품은 ‘여성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과 함께 널리 사랑받았다. 창극 <정년이> 역시 캐스팅도 발표되기 전에 매진돼 3회 공연을 추가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작창과 작곡, 음악감독을 맡은 이자람 감독은 "판소리의 격을 염두에 두되 원작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만화란 장르 특유의 유머를 놓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과 창극 <홍보씨>, <패왕별희>, <나무, 물고기, 달> 등을 함께하며 창극 작창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해온 이자람 감독은 "만화를 볼 때 독자들의 상상력이 발휘되듯, 판소리도 관객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라며 "이런 점에서 판소리와 만화의 만남이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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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이 23일 국립극장에서 진행한 창극 <정년이>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제작진들. 왼쪽부터 배우 조유아, 이소연, 연출 남인우, 음악감독 이자람, 배우 김금미. 국립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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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윤정년 역은 국립창극단의 배우 이소연과 조유아가 번갈아 맡는다. 이소연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옹녀, <춘향>의 춘향 등 주역으로 활약해온 간판급 배우다. 톡톡 튀는 감초 역할로 매력을 발산해온 배우 조유아는 정년이처럼 목포에서 고교를 졸업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웹툰에서 보지 못했던 생생하고 능청스러운 정년이 연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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