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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국산 파워팩의 탄생…'국산 심장' K2 전차 곧 나온다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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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AE 방산전시회의 SNT 부스. 현재 개발중인 신형 전차 변속기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현지시간 24일까지 UAE 아부다비에서 5일 일정의 국제방산전시회 IDEX가 열립니다. 요즘 K-방산의 인기가 높아서 국내 언론들의 관심은 KAI,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에 쏠렸는데, 중동의 군인과 무기상들은 오히려 중견 K-방산기업인 SNT의 부스를 많이 찾는다는 전언입니다. 중동의 강국 튀르키예가 자국의 차세대 전차 알타이의 파워팩(엔진+변속기)으로 한국제를 선택했고, 튀르키예의 가혹한 시험평가를 통과한 한국제 1,500마력 변속기가 바로 SNT중공업의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변속기와 엔진의 결합체인 파워팩은 전차의 심장으로 통하는 중요 장비입니다.

사실, 튀르키예 알타이 전차의 차체도 K2 전차의 기술로 개발된 것입니다. 전차의 심장까지 한국제 변속기와 엔진으로 채운다니 알타이 전차는 한국 전차 기술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 정작 K2 전차의 파워팩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엔진과 독일 렌크사 변속기의 변종으로 반쪽짜리 국산입니다. 국산 1,500마력 변속기는 개발·운용 시험평가에서 모두 합격해 전투적합판정을 받았지만, 돌연 까다로워진 양산 내구도 평가의 벽을 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SNT중공업의 변속기가 지난해 9월 방사청,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과 협의해 치른 내구도 시험평가를 통과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이에 더해 튀르키예의 사막에서 진행된 야전 내구도 시험평가도 통과했습니다. 이렇게도 시험해보고, 저렇게도 시험해봤더니 국산 전차 변속기의 성능과 내구도가 빼어난 것으로 거듭 공인된 것입니다. K2의 4차 양산분은 마침내 국산 파워팩이 장착된 완전한 국산 전차로 태어나게 됐습니다.

쉼 없이 사막 수천km 실주행 평가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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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와 국내 시험평가를 잇따라 통과한 SNT중공업의 전차 변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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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는 실주행 방식으로 한국제 파워팩을 시험평가했습니다. 전차에 SNT 변속기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을 달고 작년 8개월 기간 동안 튀르키예 사막을 달리게 하면서 고장이 생기는지 정밀 검증했습니다.

한국과 튀르키예의 양측 합의에 따라 몇 km를 달렸는지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사청과 업계, 해외 매체 등을 통해 시험평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천 km를 달렸다고 합니다. 예정된 최소한의 일반 정비와 평가요원들의 휴식시간을 빼곤 계속 주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2 전차의 수명주기가 약 9,600km이니까 몇 달 만에 수명주기의 50% 안팎을 집중적으로 돌린 것입니다.

다이나모라는 설비에 변속기를 집어넣어 돌리면서 고장과 성능을 파악하는 국내 시험평가 방식과 달리, 실전과 똑같이 험난한 야전을 달리게 하는 튀르키예의 시험평가 방식이 이채롭습니다. 국산 1,500마력 변속기는 사막 수천 km 주행 중 단 한 차례의 사소한 고장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사청 고위직 출신의 예비역 장교는 "국내 다이나모 시험평가 기준인 320시간, 9,600km 무고장 주행 이상의 성능이 입증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용히 치러진 국내 시험평가도 통과



작년 9월 국내에서도 국산 1,500마력 변속기 내구도 시험평가가 치러졌습니다. 방사청, 국방기술품질원, SNT 중공업 모두 관련 사실을 함구했습니다. 사실상 비공개 방침이었는데, 작년 방사청 국감 질의답변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작년 10월 13일 방사청 국감에서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9,600km, 320사이클 다이나모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묻자, 엄동환 방사청장은 "320사이클에 대해 특별한 무리 없이 잘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엄 청장은 이어 "국방기술품질원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시험 결과를 꼼꼼히 따져 성능이 입증됐다고 판단되면 K2 4차 양산계획을 수립할 때 국산 변속기가 적용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전차사업팀장 시절 변속기 개발을 직접 관리했던 엄 청장의 답변이니 정확할 것입니다.

해당 시험평가는 SNT중공업과 방사청,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그리고 K2 전차 체계업체인 현대로템이 함께 논의해 실시한 것입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지정한 국가공인시험기관과 현대로템의 입회 하에 시험평가를 진행한 결과, 결함 없이 323시간 내구도를 증명했습니다. 기준은 320시간인데 3시간 더 돌렸습니다. 튀르키예 모래바람 속 시험평가와 국내 다이나모 시험평가를 잇따라 무결점 통과했으니 국산 1,500마력 변속기는 유례없는 이중 검증의 고개를 넘은 것입니다.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남은 절차는 엄동환 방사청장의 국회 발언대로 국방기술품질원과 국방과학연구소의 사후 검증입니다. 국내 시험평가 과정과 결과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 K2 전차 4차 양산분, 그리고 이후 수출되는 K2 전차는 국산 심장을 달고 달리게 됩니다. 험난한 길 돌고 돌아 K2 전차의 진정한 국산화 코 앞까지 도달했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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