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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서른 넘어도 "성인 아닌 것 같아요"…이때 결혼·출산 강요하면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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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제공=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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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가 지나도 스스로를 성인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혼란상태를 경험하는 '새로운 성인기(Emerging Adulthood)'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성인 인식이 늦어지면서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저출산 현상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식변화를 교육하는 방식은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2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인 이행기 청년의 결혼과 출산 인식과 함의'를 발표했다.

'성인 이행기'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급격히 전환하는 게 아니라 교육, 훈련을 받으며 안정적 독립을 위해 탐색하는 시기를 뜻한다.

이같은 현실은 청년들의 주관적 인식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성인 연령(만 19세)이 지났음에도 스스로 성인이 됐다고 자주·항상 느끼는 비율은 30세(56%)에서야 절반을 넘었다. 20세(28%)는 물론 25세(35%)조차 성인이 됐다고 '자주·항상 느끼는 비율'이 '가끔 느낀다거나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비율보다 낮았다. 주관적 성인 인식의 지연에 따라 결혼과 출산 연령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초혼 연령은 1990년과 비교해 2021년 기준 남성은 5.5세(27.8세→33.3세), 여성은 6.3세(24.8세→31.1세)가량 높아지며 과도기적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높은 고등교육 진학률과 초혼 연령·평균 출산연령의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성인기가 나타났고, 혼란을 겪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 연구위원은 "성인 이행기의 경로도 다양화 되고 있고 인생의 경로가 표준화에서 탈표준화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청년 정책과 저출산 정책은 개인의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사후적인 접근이 아닌 개인의 삶 지향에 기반한 선택과 안정화시키기 위한 자립 지원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연구위원에 이어 '저출산 현황과 정책과제'를 발표한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이뤄진 '한국인의 가족 및 결혼 가치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년 세대의 결혼·출산 인식 변화를 분석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결혼 경험이 없는 25~49세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혼 남성의 65.7%, 미혼 여성의 47.3%가 결혼을 희망했다. '현재 연애 중'인 경우로 한정하면 남성의 74.3%, 여성의 66.2%가 결혼을 원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 수는 평균 2.09명이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로 2018년 이후 부터는 1을 밑돌고 있다. 첫째아를 낳는 부모의 평균 결혼생활 기간도 2021년 2.5년으로 10년 전(1.8년)에 비해 늘었다. 결혼 의향을 갖고 자녀 출산을 바라는 청년들이 원하는 만큼 결혼과 출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을 하라고 인식변화를 교육하는 방식으로는 오히려를 역효과른 낼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해법으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꼽았다. 이를 위해선 아빠들의 육아 참여로, '독박 육아'(혼자만 하는 육아)를 깨트려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 충돌을 병행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려면 여성 중심의 자녀 돌봄 책임 논의를 벗어나 남녀 모두의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며 "돌봄의 주체로서 아빠라는 새로운 역할을 형성하려면 육아휴직이 아닌 휴가를 통해 소득 감소가 없도록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는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과 국민의힘 서정숙·이종석 의원, 학계 전문가와 정부 각 부처의 2030 청년자문단, 지자체·유관기관의 출산·아동·청년 업무 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이 차관은 "저출산 대응을 위해서는 결혼과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청년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며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일터와 삶터가 경쟁에 매몰되지 않으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다음 달부터 200여 명 규모의 '청년제안단'을 구성하고, 이날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 등을 청년제안단의 논의를 거쳐 정책에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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