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약한 중증 장애인 보호시설도 있어
후원 줄어드는데 고물가·난방비 폭등
지난 20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베이비박스) 보호소에서 한 아기가 자원봉사자의 손길에 맡겨져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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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람 하나 없어도 24시간 따뜻하게 난방해야 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베이비박스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한 베이비박스에는 언제든 아기가 들어올 수 있어 늘 온열매트를 틀어놓는다.
이런 베이비박스 운영 기관들도 올겨울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물가에 이어 난방비까지 운영비가 급증해서다. 특히 난방비의 경우 다른 기관은 긴축이 가능하겠지만 체온을 조절하기 어려운 갓난아기들이 오는 베이비박스에서는 불가능하다.
지난 20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주사랑장애인단기보호센터에서 한 장애인이 잠자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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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중증 환자 있어 따뜻해야
21일 찾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가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안은 따뜻했다. △베이비박스뿐만 아니라 아기를 두고 가려는 부모가 잠시 머무르는 '베이비룸' △아기들이 입양되거나 친부모에게 돌아가기 전 임시로 지내는 '보호소' △장애인이 지내는 '주사랑단기보호센터' 모두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호소에 들어서자마자 방바닥의 온기가 뜨끈하게 발을 타고 올라왔다. 올해에만 14명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소에 맡겨졌고 현재는 3명만 남아 있었다. 이날은 병원에 간 한 명을 제외하고 두 명은 포대기에 감싸여 잠들어 있었다. 두 명 모두 태어난 지 한 달이 안 돼 체구가 작았다. 찬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것처럼 작고 연약해 보였다.
아울러 주사랑단기보호센터에는 일부 인공호흡기까지 단 중증 장애인이 있어 각별히 온도에 신경 쓰고 있다. 감기라도 걸리면 폐렴으로 번져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난방은 필수라고 했다. 단기보호센터에 있는 장애인 총 10명 가운데 일부는 거동이 가능했지만 일부는 높이를 조절하거나 각종 기구를 걸 수 있는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담임목사는 "난방을 다른 곳보다 많이 쓴다. 아기들이랑 면역력 약한 장애인들이니까 온도를 낮출 수가 없다"며 "올해에는 전기요금만 100만원, 가스비만 160만원 정도로 평소보다 30~40% 정도 더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안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베이비박스) 안 보호소 벽면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 아래에는 현재 보호소에 맡겨진 아이들의 인적 사항이 적혀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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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월급 동결로 버텨도 '역부족'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자 주사랑공동체는 하나의 선택을 했다. 필수적 고정비인 난방비 조정이 불가능하니 인건비를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인 내 직원은 2년째 연봉이 동결됐다. 이미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시설 소속 사회복지사보다는 15%가량 낮은 연봉이지만 다른 비용을 줄일 수 없었다. 더구나 국내외 경제 위기와 전쟁과 지진 등 국제적 재난으로 인해 후원금도 줄면서 어려움이 더 커졌다.
임주선 주사랑공동체 지원사업부 팀장은 "저희가 기저귀, 분유 뿐 아니라 직접 아기를 키우는 미혼모들에 병원비 등도 지원하고 있다"며 "다른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미혼모 지원으로 쓸 예산이 줄어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난방비 대란이 일자 정부는 취약계층 대상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해 난방비 지원을 늘린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사랑공동체에 있는 아이들과 장애인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이 담임목사는 "아이들 가운데 기초수급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 모두 혜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원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취약계층은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일시적인 난방비 지원으로는 취약층이 겪는 다른 어려움들까지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박스 #난방비 #주사랑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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