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弓矢匠) 유영기 보유자가 지난 18일 별세했다. 문화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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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간 화살을 만들며 전통 기술을 이어온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弓矢匠) 유영기 보유자가 숙환으로 지난 18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궁시장은 활과 화살을 만드는 장인을 통칭한다. 활 만드는 사람을 ‘궁장’(弓匠), 화살을 만드는 사람을 ‘시장’(矢匠)이라 한다.
고인은 화살이 가장 유명했던 파주 장단에서 1936년에 태어났다. 고인의 가문은 대대로 화살을 만들어 고인도 자연스레 화살 만드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
부친인 고(故) 유복삼씨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살방(화살을 제작하던 공방)’을 운영하며 전국 유명 활터에 화살을 공급해왔다. 고인은 13살인 1949년부터 부친에게 기술을 배우며 전통 화살 장인의 길을 이었다.
전국 및 경기도 민예품경진대회, 전승공예대전 등에서 수 차례 입상했고, 일본·영국·스위스 등 해외에서 전통 화살을 선보였다. 육군사관학교의 의뢰를 받아 전통 궁술을 재현하고 무기 제작과 시연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1996년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시장) 기능 보유자가 됐고, 2020년엔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弓矢匠) 유영기 보유자. 문화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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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전통 화살의 맥을 잇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부족한 기록과 사료를 찾아 전국을 헤맸고, 조선시대 화살 복원에 성공했다.
1977년 전통 화살의 종류와 제작 기법, 재료 등을 정리한 <한국의 죽전竹箭) 책을 집필했고 199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궁도(弓道)’ 책을 발간했다.
사재를 털어 국내 최초로 활과 화살을 전문으로 하는 박물관 ‘영집궁시박물관’열 얼었다. 고인이 직접 제작하고 복원한 작품과 수집한 유물, 그리고 기증받은 세계의 활과 화살을 전시하고 있다. 직접 활을 쏠 수 있는 활터도 있다.
2021년 고인은 “의례용 화살들 같은 진짜 아름다운 화살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소장 욕구가 드는 화살을 만드는 게 마지막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활 쏠 일이 자주 없는 현대인들이지만, 그래도 가까이 두고 볼 수 있게 말이죠.”
문화재청은 고인에 대해 “국내외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 화살의 문화재적 가치를 선양하는데 이바지하는 등 화살 제작 기법의 보존과 전승 활동에 헌신했다”고 기렸다.
빈소는 경기 파주시 메디인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백순현 씨, 아들 유세현·창현 씨 등이 있다. 발인은 20일 오전 11시 30분 예정이다. 문의 031-570-9093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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