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련·정영롱 작가 인터뷰…"다른 장르의 두 작가가 서로를 마주보는 작업"
박서련 작가(우)와 정영롱 작가(좌)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 책 소설이야? 아니면 만화야?"
'제사를 부탁해'는 소설가 박서련(34)과 만화가 정영롱(필명·33)이 하나의 굵직한 이야기를 다른 인물의 입장에 서서 각각 소설과 만화로 풀어낸 책이다.
책 앞부분은 주인공 수현이 등장하는 소설, 나머지는 수현의 친구 정서 시점으로 흘러가는 만화로 구성돼 있다.
생소한 소설과 만화의 콜라보레이션(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박 작가와 정 작가를 1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 책을 '우리 책'이라고 부른다"며 "다른 두 장르의 창작자가 어떻게 작업하고 소통하는지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둘 다 소설과 만화 협업 프로젝트가 신선하고 재밌어 보여 선뜻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원래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그림을 잘 못 그려 포기했다"며 "'만화책을 낸 소설가'가 될 수 있겠다는 사심도 있었고, 평소 좋아하던 정 작가와 함께할 수 있다니 이것보다 좋은 기회가 없겠다 생각했다"고 웃었다.
정 작가도 "한 가지 테마로 여러 명이 지은 소설과 만화를 책 한 권에 모으는 프로젝트에는 참여해본 적이 있다"면서도 "이 프로젝트는 이야기 자체를 두 작가가 같이 만들자는 것이었고, 처음 있는 일 아닌가 싶어 도전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출판사인 문학동네는 이 프로젝트에 '보이는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김해인 문학동네 만화편집부 편집자는 "두 작가 모두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지만 그 속의 메시지는 날카로운 편이라고 느꼈다"며 작가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제사를 부탁해' 표지 |
전문적으로 맞춤형 제사를 준비해주는 '제사 코디네이터' 수현은 박 작가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던 시한부 친구 정서는 정 작가가 캐릭터의 뼈대를 잡았다.
박 작가는 "제사상을 받는 사람이 좋을까, 차리는 사람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생각해 낸 캐릭터"라며 "프로페셔널하게 제사상을 차리되 종교적인 이유는 없는 인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제사 코디네이터는 고인이 살아있을 때의 자취를 더듬어가면서 제사상을 차리는 직업인데 '고인이 거짓말쟁이면 어떻게 찾아낼까?'라는 생각도 있었다"고 캐릭터 설정 배경을 설명했다.
소설 초고를 먼저 쓰고 그다음에 만화 콘티(사물·인물의 모습이나 구도를 단순하게 스케치한 시각적인 각본)를 짠 뒤 조금씩 손질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쌓아 올렸다.
같은 주제로 각자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소설 원작을 만화화하는 것이 아니라서 두 작가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했다. 두 작가는 첫 회의 후로도 수시로 메신저로 소통하며 작업했다.
정 작가는 "최근 몇 년간 한 작업 중에 가장 어려웠다"라며 "같이 하는 작업이라 이미 약속된 설정이 있고, 이것저것 넣다 보면 볼륨(분량)이 늘어나는 데 지면은 70페이지로 제한돼 있어서 무엇을 넣고 뺄지 결정해야 했다"고 돌이켰다.
박 작가는 "소설이 만화만큼 재밌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며 "또 (소설은) 설정을 바꾸면 문장을 좀 수정하면 되지만, 만화는 컷을 바꿔야 하니 노동량 차이가 크다는 것을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업은 서로 다른 분야의 두 작가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의미도 있었다.
정 작가는 "작가들이 서로 마주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며 "서로 어떤 성향인지,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 알아가고 주고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두 작가의 만남이고, 두 작가의 작업"이라며 "소설만 읽던 독자도 정 작가를 알고 싶어질 것이고, 정 작가 팬들도 제게 관심을 두실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독자들도 마주 보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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