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우크라 전쟁 1년이 남긴 것 : 세계경제의 상처… 탈세계화 자극하고 인플레 고착화 우려도
지난해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임대료와 식료품, 에너지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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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를 혼돈의 도가니로 내몰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쟁으로 공급망 혼란이 심화하고 곡물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다. 세계는 수십년 동안 본 적 없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고 각국은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대응했다. 이제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물가 폭등은 전 세계가 체감한 충격이다. 전쟁으로 '유럽의 빵 바구니'라 불렸던 우크라이나 국토는 쑥대밭이 됐고 옥수수·보리·해바라기유 등 곡물·식품 가격이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도 즉각 반응했다. 전쟁 직후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가 30% 뛰고 서방 제재로 러시아가 유럽에 에너지 수출을 막는 보복에 나서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 전쟁이 미·중 패권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터졌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을 떠나며 인플레이션이 위기를 키우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덮친 전쟁은 세계 인플레이션을 무섭게 밀어올렸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지난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에 달하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썼다. 러시아에 에너지 공급을 의존하던 유럽은 더 심각했다.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던 10~11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찍었다.
유라시아그룹의 로버트 칸 글로벌 거시경제학 책임자는 로이터에 "전쟁이 수요와 가격에 미치는 충격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각국의 정책과 맞물려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번졌다"며 "그 충격은 아직 끝난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을 지나가는 바람으로 생각했던 전 세계 통화당국은 다급하게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중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터라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싸움은 숨 가쁘게 진행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초 제로 수준이던 금리를 1년 새 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감소,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계 구매력 약화, 불확실한 경제 전망으로 인한 기업들의 투자 감소와 실적 악화가 맞물리면서 세계는 이제 침체 기로에 섰다.
물론 낙관론도 있다. 인플레이션은 최근 둔화 추세로 접어들었고 유럽 역시 온화한 겨울 날씨 덕에 우려했던 에너지 대란을 피했다. 곡물 가격이나 유가도 전쟁 이전 수준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위드 코로나로 본격적인 경제 회복을 약속했고 미국과 유럽 역시 올해 가까스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성장률을 2.9%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쟁이 부추긴 탈세계화와 에너지 위기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러시아는 최근 서방 제재에 대항해 원유 생산을 일일 50만배럴 감축할 것이라며 에너지를 무기화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면 청정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위해선 국제에너지기구(IEA) 추산 1조4000억달러 이상의 기록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에너지 위기 역시 장기화할 수 있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 경제를 미지의 영역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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