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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물가, 소비까지…경제지표 쇼크에 백기 든 美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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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CPI·소매판매 잇단 발표로 연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인플레 완화 낙관하던 시장의 금리 전망도 이제 연준과 거의 일치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식료품점
[AFP/게티이미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새해 들어 장밋빛 낙관론에 들떴던 미국의 금융시장이 2월 들어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해 시장을 짓누르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곧 마침표를 찍고 올해 안에 금리인하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어서다.

최근 발표된 1월 경제지표들이 투자자들을 3연속 강타한 것이 그 배경이다.

연준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변신' 예상의 전제 조건인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에 다소 제동이 걸렸음을 보여주거나, 추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지표가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것이다.

뉴욕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의 '신년 랠리'가 주춤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일 노동부의 1월 고용상황 보고서가 공개되면서였다.

1월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의 3배에 가까운 51만7천 개 증가한 것은 물론 실업률도 3.4%로 54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는 소식은 미국의 노동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고 여전히 과열 상태라는 점을 나타냈다.

이는 노동자 임금 상승이 서비스 물가에 계속 상방 압력을 가하고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연준의 걱정을 추가했다.

실업자 증가와 경기침체 우려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많이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도 무색하게 만든 결과였다.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거리의 채용 안내문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14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결정타를 날렸다.

전년 동월보다 6.4% 올라 7개월 연속 상승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 폭은 작년 12월보다 겨우 0.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쳐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가 느려졌다'는 신호를 줬다.

1월 CPI가 전월 대비로 0.5% 급등해 12월(0.1%)보다 상승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나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것도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오래 고착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루 만인 15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월 소매 판매가 전월보다 3% 증가, 2021년 3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최대폭 증가했다는 뉴스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강력한 노동시장을 배경으로 소득이 늘어난 미국의 소비자들이 아직 높은 물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활짝 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고위 당국자들의 잇단 경고에도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에 취해 연준 전망치보다 낮았던 시장의 기준금리 전망도 잇단 경제지표 충격에 이제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을 인용해 시장의 기준금리 예상치가 오는 8월 5.28%에서 정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이번 최종금리 수준을 4.9%로 낙관하던 투자자들이 이제 연준의 지난 12월 전망치(5.1%)보다도 더욱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현재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5.12%로 연내 한 번의 금리인하가 있거나 아예 금리인하가 없을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이는 2주 전만 해도 하반기 총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예상하던 것에서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조지프 루이스 상무는 WSJ에 "시장이 너무 앞서나갔다"고 지적했다.

당초 금리인상 조기 종결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이제 기준금리 선물시장에서 3월과 5월 모두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이 유력하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 심지어 6월에도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예상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채권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CPI와 소매 판매 발표에 4.6%를 넘었고, 6개월물은 5%를 돌파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고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1월 경제지표들이 계절 조정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통화정책의 시차를 고려할 때 향후 몇 달 안에 인플레이션 완화와 노동시장 약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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