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과 차원이 다른 재해 상황…장비 열악, 구조대원과 가족도 희생
시리아 인명 구조에 사투 벌이는 민간 '하얀 헬멧' 대원 |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튀르키예 강진으로 14일(현지시간) 현재 시리아 북부에서도 6천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서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이 인명 구조 활동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하얀 헬멧은 지난 12년을 끌어온 시리아 내전에서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의 폭격보다 이번 지진에 대응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습은 한두 개 도시를 겨냥하지만, 이번 지진에 시리아 북부 전역에 있는 도시들이 폭격을 맞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시리아 북서부의 소도시 진디레스는 한 도로 전체가 콘크리트 잔해더미로 변해버릴 정도로 최악의 피해를 봤다. 진디레스 한 곳에서만 1천 명의 사람들이 지진으로 사망했다.
하산 모하메드(35) 하얀 헬멧 팀 리더는 "이건 전에 발생한 것과 비교가 안 된다"며 지진은 공습에 비해 막대한 피해 규모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리아 지진 사망자 5천여 명 가운데 3분의 2는 반군 장악 지역에서 발생했다.
건물 수천 채가 붕괴했으며, 주민 상당수도 아직 매몰된 상태로 추정된다.
지진 피해 주민 옮기는 시리아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 |
내전으로 인해 하얀 헬멧이 열화상 카메라, 특수 절삭 공구 등 전문 구조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조차 지진 대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내전 중인 시리아의 상황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여러 하얀 헬멧 팀을 감독하는 샤디 하산(28)은 "구조대가 지진과 공습을 대처하는 것은 장비와 나머지 과정이 거의 똑같다"면서 "다만 차이라면 공습하에선 사실상 모든 것을 통제하고 충분한 장비가 있지만, 이 같은 재난은 통제 불능이고 규모가 너무 거대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의 목소리를 듣고도 정작 적절한 장비가 없어 구조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아마추어 실력으로 콘크리트 잔해 등을 치우다가 떨어뜨려 구조 대상인 부상자를 오히려 숨지게 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하얀 헬멧 대원 4명도 가족과 함께 희생됐다.
하얀 헬멧 대원인 나딤 압둘라흐만 디부(31)는 자신도 이웃 10명과 친구 25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까운 친구로서 숨진 하얀 헬멧 대원 마흐무드는 아내, 딸, 아들과 함께 사망했다.
지진이 닥치기 전에도 오랜 시리아 내전의 상흔은 깊다. 내전 와중에 50만 명이 사망했고 그 중 수십만 명은 민간인이다.
정식 명칭이 '시리아 시민방위대'인 하얀 헬멧은 낮은 급료를 받는 자원봉사자 3천 명으로 이뤄져 있다.
구조 장비와 훈련 등은 주로 서방 정부에서 지원을 받았다. 그래서 러시아 등은 하얀 헬멧을 서방의 프로파간다 도구라고 비방했고 심지어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국제원조가 없고 정부 기능도 마비된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에서 하얀 헬멧은 사실상 유일무이한 소방 전문 구조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얀 헬멧은 2016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시리아 건물 잔해서 구조한 아이 안고 있는 '하얀 헬멧' |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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