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G 중간요금제 세분화·어르신 요금제 확대
관치 같은 일방통행에 통신 3사 ‘울며 겨자먹기’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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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린 15일 통신 3사가 일제히 고객들에게 3월 한 달간 대량의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고물가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통신비 경감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 요구에 곧바로 ‘발등에 불’을 끄려는 모양새다.
정부는 한 발 더 나가 올 상반기 중 5세대(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고, 5G 시니어(어르신) 요금제 확대도 추진한다. 사실 통신 3사는 고가의 5G 요금제 세분화를 통해 가계통신비 절감을 이끌어내겠다는 정부 정책에는 내심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날 SK텔레콤과 KT는 오는 3월 한 달간 만 19세 이상 고객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30GB를 무료 제공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같은 기간 가입한 요금제에 포함된 데이터 기본량과 동일한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휴대전화 전체 가입자 5030만명 중 67.1%인 3373만명이 수혜 대상이다.
통신 3사가 대규모 고객에게 다량의 데이터를 일괄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 3사는 “어려운 경제 환경하에서 국민들의 가계 통신비를 조금이라도 경감해 민생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30GB는 한 달 동안 유튜브·넷플릭스 등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HD급 고화질 동영상을 30시간 가까이 즐길 수 있는 용량이다. 음악 스트리밍은 약 300시간, 웹툰은 약 1200화 감상이 가능하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무제한 요금제 가입 고객에게는 스마트폰에 연동해 태블릿PC 등 ‘세컨드 디바이스’에서 나눠쓸 수 있는 ‘테더링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이날 윤 대통령에게 통신비 경감 방안을 보고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상반기 안에 5G 중간요금제 세분화도 유도할 계획이다.
앞서 통신 3사는 월 데이터 24~31GB 기준으로 가격대가 5만~6만원에 이르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기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10GB 이하이거나 100GB 이상인 상황에서 선택권을 넓혔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40~100GB 구간에서도 요금제를 추가로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민들의 통신비 절감은 저가요금제 위주의 알뜰폰 확대를 통해 달성하면 된다”면서 “월 6만원대 중후반의 5G 요금제가 새로 나온다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현재 LG유플러스만 운영하는 ‘5G 시니어(어르신) 요금제’ 도입을 SK텔레콤과 KT에도 요구하고 있다. 5G 어르신 요금제는 최근 고령층의 유튜브 영상 시청 등 인터넷 사용이 늘어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월 4만5000원에 8GB를 제공하는 ‘5G 라이트 시니어’ 요금제를 갖고 있다. 만 65세 이상만 가입 가능하며 일반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5G 슬림+’(월 4만7000원에 6GB 제공)보다 가격이 낮다.
여기에 더해 통신 3사와 협의해 70세 이상, 80세 이상 등 연령대별 혜택도 세분화해 통신요금과 데이터 제공량에 차등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부에서는 고령층일수록 여당 지지 성향이 높고, 이들 중 보수 성향의 유튜버를 추종하는 인구가 많은 점을 들어, 시니어 요금제 확대가 정치적으로 여당 지지층을 의식한 정책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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